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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K팝이 주목한 세일럼 일리스
가사 아이디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계관으로
"K팝 작곡 시스템 변화 포용·자유도 강해"
8월18일 서울 마포구 롤링홀 단독 공연
2022-07-13 17:08:08 2022-07-15 00:41:4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나야? 아니면 플스5야?(It’s me or the PS5)”
 
‘롤(리그 오브 레전드)’이나 ‘배그(배틀 그라운드)’ 만큼 전 세계 MZ세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질문을 그도 해봤을까. 노란 조명의 홈스튜디오, 커다란 파란 헤드폰을 끼고 있던 그가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요즘 남자친구가 게임할 때마다 쿡쿡 찌르며 말해요. ‘덜하면 어때’ 식으로. 하하.”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싱어송라이터 겸 음악 프로듀서 세일럼 일리스(24)를 화상으로 만났다. 일리스는 최근 노르웨이 DJ 알렌 워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의 신예 K팝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가창에 참여한 곡 ‘PS5’을 만들고 함께 부른 인물. 
 
1999년생인 세일럼 일리스는 MZ세대를 대표하는 신예 K팝 작곡가다. 사진=ⓒLindsay Ellary
 
게임과 연애 사이 고뇌를 현실적으로 고증한 가사가 ‘밈’으로 번지며 곡은 MZ세대 사이 각광 받고 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대화 할 때, 영감을 받은 구절을 보통 노트에 적어두거든요. 그러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튀어 나올 때가 있어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저를 ‘워드 너드(Word Nerd·단어 수집광)’이라고도 하는데요. 최근엔 영감 포획을 위해 드라마 ‘빅뱅이론’까지 섭렵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가사로 일리스는 세계관 싸움이 중요해진 K팝 신에서도 주목하는 작곡가다. 지난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 수록곡인 ‘Anti-Romantic’에 작사와 작곡에 이름을 올렸다. 
 
‘난 로맨틱한 사람이 아닌데..’ 하는 자기 고백이 다른 작곡가들과의 합심, 현실을 마주한 TXT의 소년 세계관으로 이어졌다고. 그는 “알렉스 호프(공동 작곡가)의 피아노 코드와 내 보컬로 발라드 느낌의 러프한 데모곡을 보내자, 하이브 측에서 장엄하고 스케일이 큰 팝송으로 재해석해 보내왔다. TXT의 보컬을 듣는 순간 ‘와우’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직접 대면으로 작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TXT의 LA투어나 일본 섬머소닉 출연 때 보고 인사 나누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일럼 일리스는 지난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2집 수록곡 'Anti-Romantic' 작곡, 작사에 참여했다. 올해 초에는 노르웨이 DJ 알렌워커와 함께 작곡·사한 곡 'PS5'에서 TXT와 가창했다. 사진=ⓒLindsay Ellary
 
일리스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밀 벨리에서 태어나 10살 무렵부터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했다. 버클리음대 출신 미국 싱어송라이터 보니 헤이즈(Bonnie Hayes)의 수업을 들으며 본격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날 인터뷰 도중 거실 야마하 키보드를 보여주면서 그는 “가볍고 활용도가 높아 학창시절부터 사용한 악기”라며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차 타고 장거리 공연 갈 때 특히 좋다”며 웃었다.
 
“우선은 가사가 중요해요. 단어별 억양과 연결되는 멜로디를 붙이고, 운이 좋으면 리드 코러스까지 나오게 돼요. 피아노 코드로 시작해 일렉트릭 건반, 기타, 현악(샘플링)을 쌓다보면 곡이 만들어져요.”
 
2020년 정식 데뷔 곡인 ‘Mad at Disney’도 가사가 신선하다. 디즈니의 아름다운 세계관을 의심하는 데서부터 서사가 시작한다. “보통 위기에 처한 공주를 구하려는 ‘스테레오타입(고정관념)’으로 흘러가잖아요.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고 바꿔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메이저 코드가 주가 되는 신디사이저의 상큼하고 밝은 메인 멜로디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연상케 할 정도로 청량하다. 
 
“가사 자체는 현실적이고 슬프더라도 멜로디 자체는 밝았으면 좋겠거든요. 그게 음악의 매력인 것 같아요.” “부모님이 지독한 데이비드 보위 팬이십니다. 그 영향으로 보위의 음악을 어릴 적부터 들으며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로드(Lorde),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는 영향을 받고 있는 뮤지션들입니다.”
 
12일 화상 인터뷰로 세일럼 일리스를 홈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작업에 쓰이는 악기와 컴퓨터를 보여주며 곡 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현재 미국은 코로나 변이에 따른 재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최근 코로나에 확진돼 집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사진=ⓒLindsay Ellary
 
올해 발표한 신작 EP ‘Unsponsored Content’도 콘셉트가 특이하다. 데뷔 곡 ‘Mad at Disney’를 필두로 ‘Hey Siri’, ‘Ben & Jerry’ 등 미국 고유 브랜드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을 택했다. ‘Hey Siri’는 애플 음성인식 A.I 시리와 대화를 나누며 ‘삶의 의미’까지 묻는 곡. 
 
“A.I가 작곡가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물론 있죠. 그러나 저는 음악은 사람들과 공감을 일으키는 마법이라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경험에서 보고 들은 부분에서 나오는 것이죠. 기계의 알고리즘이 아니라.”
 
그는 K팝 작곡과 관련해서는 “(미국 팝 작곡보다) 리스크를 택하는 경향 강하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빠르고 정해진 규칙이 없어서 자유도가 높다고 느꼈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의 정형화된 작곡 시스템은 줄곧 박스 안에 갇혀 있는 느낌과 유사할 때가 많아요. K팝 작곡은 변화를 포용하죠. BTS 정국과 찰리푸스 협업곡도 들어봤는데 좋았어요. 나중에 블랙핑크 곡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오는 8월18일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서 단독 공연으로 한국 음악 팬들과 만난다. “춤추고 즐기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틱톡에서 공개했던 음악들도 라이브로 선보이게 될 것이고요. 무엇보다 제 어머니께서 제작하신 팔찌도 무료 선물로 나눠줄 계획이에요.”
 
캘리포니아의 청량한 하늘이 머릿 속 캔버스에 투사됐다. 그가 자신의 음악을 나고 자란 그 곳에 비유할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지금은 LA로 이사를 왔지만, 결국 음악은 자라온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음악이든 사람이든, 결국 환경의 산물이죠.”
 
미국 싱어송라이터 세일럼 일리스가 오는 8월18일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서 단독 공연으로 한국 음악 팬들과 만난다. 사진=ⓒLindsay Ellary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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