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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하면 멋있는데"…윤 대통령의 유별난 '미국 사랑'
잦은 영어 사용으로 의미 혼동…제시된 사례 대부분도 '미국'
2022-06-14 15:51:21 2022-06-14 15:51:21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유별난 '미국 사랑'에 대한 지적이 예사롭지 않다. 잦은 영어 단어 사용으로 의미의 혼동을 불러오는가 하면, 제시한 사례 대부분도 미국이었다. 대통령이 지니는 무게감을 감안할 때, 또 처해진 환경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단어 하나에도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최근 정부와 대통령실의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정부 변호사)를 끌어다 썼다. 미국 사례를 모델로 제시하며 반론에 나선 것이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미국과)제도가 너무 달라 비교하긴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변호사 경력을 가진 사람 중에 (미국)정부 내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지식산업의 핵심은 휴먼 캐피털(인적 자본)"이라고 규정했다.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위함이었지만, 굳이 영어를 끌어다 의미 전달을 어렵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엔 부산을 찾아 "부산항이 세계적인 초대형 메가포트(거대 항구)로 도약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초대형'과 '메가'(Mega)가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데,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동일 의미가 중복되는 일종의 '사고'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여당 지도부와 첫 공식회동한 자리에서 용산공원 명칭에 대해 "공원 주변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한 작은 동상들을 세우고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또 "미군 부지를 모두 돌려받으면 센트럴파크보다 더 큰 공원이 된다"면서 미국식 모델을 구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역시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집무동)을 본따 배치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 당시 발탁 배경 중 하나로 "유창한 영어실력"을 언급해 법무장관 수행 능력과 영어 실력이 무슨 연관이 있냐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대통령이)영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환영 만찬 당시 미국 국가 연주 때 가슴에 손을 올려 경례를 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상대 국가를 연주할 때 가슴에 손을 올리는 것은 상대국에 대한 존중 표시로 의전상 결례라고 할 수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자연스레 다른 정상들과의 만남에서도 '존중 표시'로 상대 국가 연주시 경례를 안 할 수 없게 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4일 "대통령이 대한민국 가치관에 대한 인식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이전 등 대통령이 기존의 방식을 깨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추진하려고 하는 게 많다. 영어식 표현으로 세련되게 국민들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다만 표현이 정확치 않다보니 국민적 상식과는 다른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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