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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처럼"…대기업, 바이오 사업 진출 성공하려면
CJ제일제당, 천랩 인수하면서 바이오사업 재개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위탁개발생산에 중점
"사업 경험 경쟁력…인수합병 장기전략도 가능"
2022-06-10 07:00:00 2022-06-10 07:00:00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BMS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 전경. (사진=롯데)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대기업들이 연이어 제약바이오산업 진출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소비자 대상 사업(B2C) 관점 대신 장기간 투자하는 전략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004990)는 이날 바이오 신사업을 위한 신규 법인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법인 설립 등기를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롯데는 바이오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생산공장을 약 1억6000만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이 생산시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우수의약품 품질관리(GMP) 인증까지 마친 곳이라 위탁개발생산(CDMO)을 추진하는 롯데에게 최적의 선택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첫 국제무대 데뷔는 오는 13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USA 2022(바이오 USA)다. 이 자리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원직 대표 등 경영진이 나서 CDMO 수주를 노린다.
 
지난 1월4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식. 왼쪽부터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 황윤일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장. (사진=CJ바이오사이언스)
롯데에 앞서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해 천랩을 인수하면서 바이오 시장 재진출을 알렸다. 그동안 CJ제일제당은 마이크로바이옴 업체 고바이오랩(348150)에 투자하는 등 바이오산업계에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CJ제일제당은 천랩 인수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사업과 기존 레드바이오 자원을 통합, CJ(001040)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했다.
 
CJ의 제약바이오 진출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CJ는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195940))를 통해 제약업게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설립 4년 만인 지난 2018년 한국콜마에 매각했다.
 
이 밖에 GS(078930)도 최근 컨소시엄 아프로디테 애퀴지션 홀딩스(APHRODITE ACQUISITION HOLDINGS LLC)를 구성해 보툴리눔 톡신 업체 휴젤(145020)을 인수했다.
 
아프로디테 홀딩스는 GS와 국내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출자한 해외 법인 SPC, 아시아 헬스케어 전문 투자 펀드 CBC 그룹,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로 구성된 다국적 컨소시엄이다. 아프로디테 홀딩스는 지난 4월 휴젤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하면서 GS의 바이오 진출을 알리기도 했다.
 
업계에선 대기업의 제약바이오 진출 성패가 장기 전략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존 강점을 보이던 B2C 사업에선 단기간 내 투자한 만큼의 성과가 나올 수 있지만 제약바이오업계는 산업 특성상 대규모 투자에도 결과물이 늦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 출신의 업계 관계자는 "롯데제약처럼 과거 제약바이오와 유사한 사업 경험을 갖추긴 했지만 이번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바이오는 기존 주력 사업과는 여러 방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면서 "B2C처럼 투자가 곧바로 결과까지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J 출신의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투자한 경험과 직접 경영은 다른 맥락"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마이크로바이옴 사업 분야에 새롭게 뛰어든 만큼 현재보다는 미래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 전문가는 롯데와 CJ 모두 제약바이오산업 유관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연착륙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 안착 이후에는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 전략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CJ와 롯데 모두 바이오사업이나 관련된 분야에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두 기업 모두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는 한편 인수합병을 통한 장기 성장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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