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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과잉수사'의 빛과 그림자
2022-05-27 12:00:00 2022-05-27 12:00:00
첫번째 에피소드.
 
A는 보험회사를 속여 생명보험금 8억을 받기 위해 경기도 계곡에서 남편인 B에게 다이빙을 강요해서 죽였다. 계곡을 관할하던 경찰서는 B의 사망을 단순 익사로 처리했는데, B의 유족 측 제보와 방송사의 보도로 검찰이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였다. 현장검증·관련자 전원 조사·주거지 압수수색·계좌추적·통화내역 확보·각종 감정 등을 통해, 검찰은 '계곡살인' 외에 '복어독 살인 미수' 와 '낚시터 살인 미수'를 추가로 밝혀내어 A와 그 공범을 기소하였다.
 
두번째 에피소드.
 
검찰은 C를 간첩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탈북대학생이라는 이유 등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다. 그 후 C는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한 시민단체가 'C는 탈북민이 아니고 재북화교였음에도 국적을 속임으로써 국가지원금을 편취하고 공무원으로 임용되었다. C는 불법환치기 수법으로 대북송금을 하여 수수료 4억원을 벌었다.'는 내용으로 C를 검찰에 고발하였다. 시민단체의 고발에 의해 수사에 다시 착수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C가 공범과 함께 환치기 수익금을 취득하고 범행을 은폐한 사실을 밝혀내어 기소를 하였다.  추가기소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공소권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언론의 기사에 따르면, 얼핏 보기엔 첫번째 이야기와 두번째 이야기는 전혀 다른 듯하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수사와 기소의 과정에 비슷한 부분이 있다. 제3자의 제보나 고발이 수사의 단서였던 점이나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여 추가기소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유사한 것이다. 한편, 수사받는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추가기소를 '먼지털이 수사' 또는 '과잉수사'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검찰의 사건 처리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첫번째 사건 처리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유지되어야 하는 근거로써 강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바로 이 사건 때문에 국민 여론의 상당수가 '검수완박' 반대로 돌아선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두번째 사건처리와 관련해서는, C가 담당검사 등을 고발하여 공수처가 추가기소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형사소송법상 사건의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되어 '각하 처분'을 하여야 할 것처럼 보이는데도 그렇다. 
 
이번에는 정반대의 가정을 해보자. 만약, 검찰이 계곡살인 사건에서 '과잉수사'를 염려해서 소극적으로 수사에 임하였다면? 그 경우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을 터이고 암장사건의 추가 기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범죄자 일당이 그들의 소원대로 생명보험금 8억을 받아 떵떵거리며 잘 살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검찰이 두번째 사건에서 '과잉수사' 논란을 걱정해서 눈 한번 질끈 감은채 추가기소를 하지 않고 불기소로 사건을 마무리하였다면?  그랬다면, 담당 검사가 공수처의 조사 대상이 되는 수모는 면했을 터이다.
 
그렇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의 가정은 부질없다. 여론의 동향과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은 기소 후의 미래이니, 수사 시점에서 이를 알 리 없는 검사가 미래를 고려해서 수사나 기소를 할 수는 없다. 상식적으로 검사라면 법령에 따라 수사를 하다가 증거가 나오면 증거에 입각하여 기소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증거가 없으면 모르되, 검사가 나온 증거를 덮는다면 범죄가 성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잉수사'니 '과소수사'니 하는 평가가 괴롭더라도, 검사는 사건의 실체를 외면하지 말고 진실을 규명하는 역할에 묵묵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피같은 세금 내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앞서 언급한 이야기들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또하나 있다. 그것은 수사한 검사에 관한 것이다. 첫번째의 제보 사건 관할 검찰청은 인천지검인데, 이두봉 검사가 검사장으로 있을 때 수사와 기소를 마무리했다.  또한, 그가 부장 검사로 재직하였을 때 두번째의 고발 사건이 추가기소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과잉수사'의 빛과 그림자가 이처럼 한 사람에게 거의 동시에 겹쳐 보이는 것도 흔치 않다. 이두봉 검사는 대한제국 최초의 검사인 이준 열사의 후손이다. 만약 이준 열사께서 살아계신다면, 후손의 사건처리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문기탁 변호사·전 성신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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