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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센터장이 아동학대…시설 대표도 처벌해야"
“관리의무 위반…예방 교육만으로는 모자라"
2022-05-12 12:00:00 2022-05-12 12: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아동복지시설 센터장이 아동을 학대한 경우 사건 발생 차단 조치가 없었다면 시설 대표도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의환기 수준의 예방교육이나 사후 해고 예고는 실효성이 없다고도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아동복지시설 대표 A씨의 상고심에서 A씨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인천의 한 아동복지시설 대표 A씨가 고용한 지역아동센터장 B씨는 센터에 다니는 학생들 3명을 대상으로 폭언과 폭행 등 학대행위를 했다. 
 
지난 2016년 여름경 B씨는 피해아동 C가 다른 아동을 밀치며 놀았다는 이유로 “너도 밀치면 기분이 좋겠냐”며 C의 가슴을 2회 밀쳤다. 2018년에는 아동 D가 제출한 독서목록을 보고선 글씨체가 나쁘다며 “글씨체가 이따구냐”고 폭언했고, 미술대회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쳤냐, 또라이냐”고 욕도 했다. 
 
또 미술대회에 참가한 다른 아동 E에게는 “그림이 이게 뭐냐, 발로 그린 거냐 손으로 그린 거냐”며 “왜 이렇게 못했냐”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E가 학교 체육수업을 받고 씻지 않은 채 센터에 왔다는 이유로 “머리 으 떡 졌어, 기름 졌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행위로 인해 B씨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A씨는 B씨의 관리·감독을 게을리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반면 A씨는 본인은 대표에 불과해 센터장 B씨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없고, 설령 있더라도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B씨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A씨에게도 벌금 300만원을 부과했다. 각각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B씨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B씨를 비롯해 센터 직원을 모두 채용했고, 인사권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관리·감독 의무도 게을리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아이들을 상대로 폭력이나 폭언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B씨가 무릎을 꿇고 빌어서 봐줬다는 취지의 증인 진술, B씨의 보육태도와 방식에 문제가 있어 A씨가 B씨를 그만두게 했으나 B씨가 울면서 기회를 달라고 해 그대로 둔 사실 등을 보면 A씨는 B씨의 아동학대 행위를 인식했음에도 학대를 막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센터에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실시했다는 것만으로는 학대 행위를 막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씨가 항소했으나 2심은 “A씨가 B씨의 아동학대 행위를 알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아동학대 행위를 감시하거나 방지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가 재차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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