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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제한 끝났다지만②)따릉이로 달려도 될 정도…한산한 명동 쇼핑거리
인근 인사동 기지개 켜지만 명동 공실행렬에 상권 몰락
2022-04-28 06:03:18 2022-04-28 06:03:18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한때 인파로 꽉 찼던 명동 쇼핑거리가 이제는 텅 비어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가 달리는 거리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영업제한이 모두 사라졌지만 지난 25일 서울 중구 명동 곳곳에서는 생기가 돌기는커녕 문 열린 상점 찾기도 어려웠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명동거리에서 한 시민이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영업제한 이후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한 명동을 기대했지만 빈 건물은 지난해 9월 방문 당시보다 오히려 늘어난 모습이었다. 대형 브랜드 매장까지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제대로 영업을 하는 상가가 나오면 반가울 정도였다. 나이키 서울 직영점 매장 앞에는 상품 발매를 기다리는 대기 행렬이 있었는데 이곳 정도만 명동에서 행인 밀집도가 높을 뿐이었다. 이 매장마저도 다음 달 31일까지만 운영한 뒤 폐점된다. 오는 8월 중순에 눈스퀘어에서 매장을 다시 열 예정이지만 한동안은 명동 거리가 더 텅 빌 것을 예고하는 신호로 보였다.
 
명동의 상징적인 가게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 대형 매장이 있었던 곳곳에는 ‘커밍 순(COMING SOON)’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긴 했지만 정확한 기약은 없다. 문이 열린 상점을 들여다봐도 손님이 없어 직원들은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건물이 비어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빈 건물이 그대로 방치되는 기간이 늘면서 명동 상권 자체가 몰락하고 있다. 가게마다 나붙은 ‘임대’ 문구가 흉물스럽기까지 했다. 한동안 방치된 건물들은 간판이 훼손되고 외벽 페인트가 벗겨지면서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간간히 외국인이 보이긴 했지만 이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기억되긴 힘들어 보였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 국내에 유입되더라도 당분간 명동이 관광지가 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많은 곳이 문을 닫아 구매는 물론 구경할 만한 거리도 없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도 문을 닫지 않고 운영해 온 한 매장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너무 심할 때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아직은 외국인들이 크게 늘지 않아서 회복까지는 멀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상점들이 비어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명동 거리에 위치한 한 식당 직원은 “주말에는 외국인이 조금 늘어 태국과 싱가포르 사람들이 오고 있다”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한국인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만 왔었는데 그래도 변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처 식당이 대다수 문을 닫아 이곳의 매출은 늘더라도 명동 상권 자체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곳곳에서는 위치 이전, 리뉴얼 등으로 헛걸음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최근 명동을 방문했다는 A씨는 “명동은 이제 고담시티같다”며 “한때는 시대를 대표한 젊은 거리였지만 다른 곳으로 핫플레이스들이 옮겨가면서 명동은 확실히 한물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외국인들과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반면 인근에 위치한 종로구 인사동은 겨우 생기를 되찾은 분위기였다. 이곳에는 문을 닫은 가게 수가 명동만큼 심하지 않아서 구경거리가 남아있다. 파란 눈의 외국인들도 인사동 거리를 즐기며 거리를 메웠다. 한 노점상 운영자는 “날씨가 풀리면서 사람이 조금 늘고 외국인도 조금 늘었다”며 “갑자기 급증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신호”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인사동 쌈지길에 문을 연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플래그십 스토어 ‘소담상회’도 매출이 늘었다. 소담상회 직원은 “평일은 같지만 주말에는 손님이 확실히 늘고 외국인들도 많아졌다”며 “매출도 올라 사장님이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근거리지만 영업제한 해제 이후 명동과 인사동의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랐다. 개별 상점의 문제를 넘어 상권의 문제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다수가 명동의 재기를 비관하는 가운데 상권 전체를 손질하는 등의 대대적인 변화 모색이 절실해 보였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쌈지길에 위치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플래그십 스토어 ‘소담상회’에서 시민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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