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과정은 공정했나요①)만연한 채용비리, 왜 기업이 피해자인가
법원 "업무방해 ‘피해 주체’는 청년 구직자 아닌 인사담당자"
현행법상 업무방해죄로 규율…'청탁자·수혜자' 법적 책임 피해
"진짜 피해자는 공정경쟁 기회 박탈 당한 청년 지원자들"
2022-02-24 06:00:00 2022-02-24 18:46:11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사에서 했던 말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수백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하기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쳐 하루하루 분투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시중은행, 강원랜드 등 끝없이 이어지는 채용비리는 청년 구직자들의 꿈을 꺾고 기회를 박탈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구제받지 못했다. 불공정한 게임은 계속되고 있지만 채용비리 자체를 규율하는 법안은 없다. 기업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뿐이다.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반사회적 범죄 ‘채용비리’를 뿌리 뽑을 법안이 절실하다. (편집자주)
 
“입사를 희망했다가 고용의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지원자일 수밖에 없으나, 입사 지원자를 피해자로 하고 공정한 채용절차 그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채용비리죄나 부정채용죄가 법률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재 보호법익과 피해자를 완전히 달리하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라는 죄명으로 채용비리를 다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법 형사6-3부(재판장 조은래)는 업무방해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채용비리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규율하는 현실에서 피해자는 입사지원자가 아닌 기업 또는 기업의 면접위원들이 된다.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이 나온 배경이다.
 
현행 법제도 하에선 채용비리에 의한 실질적 피해자(입사지원자)가 아닌 해당 기업의 면접위원들이 자신들은 업무방해죄의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채용을 청탁한 자와 그 청탁의 수혜자가 법적 책임에서 비껴날 수 있다.
 
최근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의 핵심 피고인이었던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대법원에서 같은 논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법원은 2012년 11월~2013년 4월 강원랜드 채용과정에서 면접 점수 조작, 면접위원간 담합 등 중대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권 의원이 직접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반면 KT에 딸의 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에게는 유죄가 확정됐다. 김 전 의원의 경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던 2012년 국정감사 기간 이석채 당시 KT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딸의 정규직 채용을 보장받아 뇌물수수죄가 성립됐다. 증인 채택에 관한 직무와 자녀 채용기회 사이 대가성이 인정된 판례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2심 무죄 판결) 이전에 채용비리 관련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판례들이 형성돼있다”면서 “무죄가 아닌데 처벌할 수 없는 법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죄를 내렸다는 판결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채용비리 관련 이슈는 계속되고 있는데 대선을 앞두고 국회에선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최근 5년간 주요 시중은행 채용비리 검찰 수사 및 재판 진행 경과. (출처=금융정의연대)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