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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을 채우다)②'빈집 재생' 3년…아쉬운 성적표
서울시, 1500호 공급 목표지 770호에 그쳐
예산 2400억 투입, 실제 입주완료는 110호
집주인 '개발 기대 이익'-'수용금' 격차 커
어렵게 구한 빈집도 접근성·개발성 취약
2022-01-27 06:00:00 2022-01-27 0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빈집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빈집 재생 프로젝트가 사업 마지막 해를 맞이한 가운데 여전히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진행하는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26일 기준으로 770호를 공급하는데 그치고 있다. 2400억원을 투입했지만, 서울시 목표 1500호 대비 52%에 그치는 달성률이다.
 
실제 입주완료는 110호에 불과하다. 매입부터 입주까지 24개월 가량 발생하는 소요기간을 감안해도 아쉬운 수치다.
 
빈집 매입실적은 목표 500호 대비 400호를 기록하고 있다. 그마저도 50호는 매입 후 미활용으로 남아있다. 급기야 서울시는 미활용 빈집 활용방안을 찾기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기간 안에 목표를 맞추려면 서울시는 올해 모두 150호를 매입한 후 730호를 공급할 수 있도록 착공이나 사업계획 승인 단계까지 맞춰야 한다.
 
프로젝트의 저조한 실적은 이미 예고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빈집 재생 프로젝트의 목표를 1000호 매입, 4000호 공급에서 500호 매입, 1500호 공급으로 대폭 줄였다. 임대주택 공급이 여의치 않자 임대주택 비중을 줄이고 생활SOC를 더 늘렸다.
 
프로젝트는 매입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토지주가 개발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을 갖는 반면, 서울시는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줄 수밖에 없다. 2019년 프로젝트 초기 활발하던 매입 문의도 부동산 광풍 속에 급격히 줄었다.
 
매입을 해도 공급까지가 문제다. 종로구와 성북구에 있는 빈집은 한양도성을 비롯한 문화재 인접지역으로 개발이 힘들다. 강북구, 용산구에 있는 빈집은 언덕지역이 대다수다. 차량접근이 안 좋거나 아예 맹지인 곳이 전체의 47%(1399필지)에 달한다.
 
필지 형태도 사다리형이나 세장형 형태 등 사각이 존재해 활용에 제약이 많은 곳도 31%(924필지)에 달한다. 대지면적이 97㎡에 못 미치는 곳도 50.2%(1163필지)다. 결과적으로 아예 주택 건축이 불가능하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조건이다.
 
접근성이 좋지 않아 청년·신혼부부 선호지역과도 거리가 멀다. 작년 1월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삼양동 SH행복주택을 한 명도 지원하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이후 브랜드명 ‘초행지붕’을 만드는 등 재정비했지만 초행지붕 경쟁률 2~3대 1은 공동주택형 공공임대주택의 경쟁률과 차이가 크다.
 
당초 프로젝트는 2019년 서울시 빈집 실태조사에서 출발했다. 2018년 만들어진 빈집정비법에 따라 진행된 실태조사에서 1년 이상 단전·단수된 집을 현장점검한 결과, 모두 2940호로 나타났다. 상태가 불량하거나 붕괴 위험이 있는 3~4등급도 54%에 해당하는 1577호였다. 
 
지역별로는 강남보다 강북지역에 밀집했다. 서울 빈집은 지역 쇠퇴와 고령화가 주된 원인인 지방과 달리 필지 여건이 열악하거나 언덕지역, 개발에 제약이 있는 곳에 주로 위치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도로가 좁아 철거도 어렵다.
 
작년 10월 빈집정비법 개정으로 안전조치·철거 미이행 시 이행강제금 부과가 가능해졌다. 서울시는 이러한 매입 여건 변화와 함께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한 물량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빈집을 단독 매입하지 않고, 연접 토지와 함께 묶어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재개발 정비사업 바람이 불면서 빈집 소유자의 기대가치가 더 올라가 매입 여건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빈집을 인접토지와 묶어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이행강제금이 자리잡으면 토지주들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붕이 붕괴되고 쓰레기와 오물 등이 쌓여있는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빈집.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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