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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현실" 이재용 이번엔 중동행…위기감에 광폭행보(종합)
미국 출장 귀국 12일만, 네트워크·차세대 사업 점검
중동선 IT·에너지·건설 점검, 이후 유럽행 가능성도
2021-12-07 06:00:00 2021-12-07 06:00: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미국에 이어 중동 출장길에 올랐다. 8월 가석방된 후 두번째 해외 출장으로, 현지 다양한 사업 파트너를 만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차세대 성장 동력 발굴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핵심 부품의 안정적 확보와 5세대(5G) 이동통신 및 건설분야 협력 강화가 주된 의제가 될 전망이다. 
 
6일 관련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밤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지 12일 만에 해외 출장길에 오른 것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뉴삼성'을 내건 이 부회장이 당시 미국 출장을 다녀온 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일종의 위기의식이 이 부회장으로 하여금 해외 행보를 빨리 가져가게 만든 것 같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분석이다. 
 
즉 재판 일정으로 국내에 발이 묶여 있기 보다 최대한 시간을 내 글로벌 시장 공략과 신산업의 안정적 사업 기반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의 모습이다. 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찾아 중동 고위층 및 사업 파트너를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2019년 2월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나 5G 등 정보통신(IT) 분야에 대해 협력 방안을 모색한 만큼 이번에도 그와 같은 일정을 소화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사우디의 경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와 만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수많은 중동지역의 핵심 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이가 빈 살만 왕세자인만큼 그와의 소통을 통해 IT와 에너지 사업의 협력 강화를 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중동지역 건설부문 협력 확대도 목적 중 하나로 분석된다. 삼성물산이 지난달 사우디 투자부(MISA)와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사우디의 국가혁신 전략에 맞춰 에너지·도시·인프라 개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해당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고위층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중동 방문 뒤 유럽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삼성은 파운드리 설비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대당 약 20000억원)를 적기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즉 반도체 노광장비업체 ASML의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 기술 책임자(CTO) 등과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극자외선 노광장비의 경우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 공급하고 있는데, 초미세 반도체 공정의 핵심 장비다. 해당 장비를 통해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에 7나노미터(nm ·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 회로를 새길 수 있다. 
 
해당 장비를 추가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유럽으로 가서 직접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22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고, 삼성은 15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ASML이 이르면 2025년 '하이 뉴메리컬어퍼쳐(NA) EUV' 장비를 출시할 계획인데 역시 이를 확보하는 것도 삼성으로서는 큰 숙제다. 현재의 EUV보다 한층 더 미세한 회로를 새길 수 있어서다. 결국 차세대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를 추격하는 삼성으로서는 총수의 광폭행보가 경쟁력 확보에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이 부회장의 출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 재판이 재판부 일정으로 당초 9일에서 6일로 앞당겨진 데 따른 것이다. 다음 재판이 16일인 만큼 이 부회장으로서는 9일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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