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대구 "인물 없지만…그렇다고 이재명은 안돼"
윤석열 지지보다 이재명 막아야…"민주당은 안돼, 무조건 정권교체"
20대도 이재명 거부감 강해…"홍준표 지지했지만 지금은 윤석열"
입력 : 2021-11-29 06:00:00 수정 : 2021-11-29 06:00:00
20대 대선이 정확히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의 피말리는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권자들은 하나같이 "찍을 후보가 없다"며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각종 의혹과 비방이 난무하고, 견고해진 진영논리는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들떠야 할 대선이 되레 국민들 걱정 속에 정치 혐오로까지 비화되는 흐름이다. 이래서는 또 다시 분열과 갈등만 반복될 뿐이다. 걱정과 한숨으로 가득한 민심을 살폈다. 전국을 서울·경기·인천(수도권), 부산·울산·경남(PK), 대구·경북(TK), 광주·전남·전북(호남), 충남·충북·세종(충청), 강원 등 6개 권역으로 나누고 지난 27일과 28일, 주말 이틀 동안 지역별 민심을 쫓았다. (편집자)
 
[대구·경북=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찍을 사람 없지만 꼭 한 명 꼽으라면 윤석열이지, 이재명은 아냐."
 
27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모씨(60대·남성)는 이번 대선에서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면서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이재명이 하는 거 보니까 형수한테 쌍욕하고 그러더라고. 그건 아니지." 이씨의 얘기를 옆에서 듣던 곽모씨(60대·여성)도 한 마디 거들었다. "인물은 없지만 그래도 윤석열이가 이재명보다는 낫지. 무대뽀(이재명)보다는 초보자(윤석열)가 안 낫느교?  그 사람(이재명)은 깡패 아이가. 그래도 윤석열은 자란 환경도 그렇고, 깡패 짓을 하겠나. 가정교육도 옳게 받았는데."
 
대구 서문시장 입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인물 없지만, 그래도 이재명보다는 윤석열"…'탄핵 대선' 때도 60% 가까이가 '보수 후보' 선택
 
대구는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바뀌는 동안 줄곧 보수정당을 지지해왔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도 당시 대구시민들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에게 45.36%의 높은 지지를 보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득표율(12.60%)까지 합하면 대구시민들의 60% 가까이가 보수진영 후보를 선택한 셈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비슷하다. 지난 23일 공개된 <뉴스토마토> 여론조사 결과, 대선 5자 가상대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59.8%였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20.2%에 그쳤다. 양자 가상대결에서도 윤 후보는 62.8%, 이 후보는 20.6%로 집계됐다. 실제 투표함이 열리면 이 같은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분석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지지 아닌 "이재명 막아야"…덫이 된 '대장동'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진영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이재명이 당선되는 건 막아야지"라는 말부터 나왔다. "윤석열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가 아니었다. 서문시장에서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방모씨(60대·여성)는 대선 민심 취재 차 왔다고 하자, 이 후보에 대한 비판부터 늘어놨다. "뉴스를 보니까 이재명이 왜 그렇게 흠이 많아요. 아휴 깜짝 놀랐어요. 전과 4범이라면서요. 그런 사람이 후보가 돼도 되나."
 
대구 서문시장 분식거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서문시장 가는 길에 만난 한 50대 택시기사는 대장동 의혹 때문이라도 이 후보를 지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재명이는 대장동이 좀 해결이 돼야 할 낀데. 빨리 털어버려야 옳고 그르다 하는 것을 국민들이 판단하지, 계속 저러고 있으면 오히려 자꾸 안 좋다 아입니까." 그는 이 후보가 경북 안동 출신이라지만 대구·경북에서는 표를 모으기는 어렵다고 봤다. "경기지사를 해서 그런지 경기도 출신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안동 출신이면 뭐하노, 민주당인데."
 
심지어 경기지사 시절부터 이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힌 한 대구시민은 최근 그의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문시장 건어물 가게에서 만난 박모씨(50대·여성)는 "능력만 보면 이재명인데, 지금은 약간 달라졌다"며 "도지사를 할 때만 해도 저 사람 참 괜찮구나 싶었다. 그런데 요새는 말을 독하게 해서인지, 그리고 막상 나오니까 빈 틈도 많아 보인다. 특히 대장동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20대 경북대생들 "홍준표 지지했다. 민주당·이재명 싫어 윤석열에게 투표"
 
이 후보에 대한 비토 정서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강했다. 특히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지만 이 후보에 대한 강한 거부감으로 어쩔 수 없이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북대에 다니는 신모씨(20대·남성)는 "이재명 후보가 싫어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며 "특히 이 후보의 경제 정책이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려 하기보다 기본소득 등 돈으로만 표를 사려 한다는 불신이었다.
 
신씨는 "원래 홍준표를 지지했다. 윤석열은 잘 모른다. 그런데 이재명 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했다. 또래 학생들도 대부분이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 의원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 "메시지가 명확했다"며 "유튜브에 나와서 즉문즉답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봤는데 그때 홍 의원 생각에 공감을 많이 했다. 소통이 된다"고 말했다. 
 
경북대에 다니는 강씨(20대·남성)는 "이재명도 싫고 민주당도 싫어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예전에 홍준표를 지지해다. 윤석열은 별로 안 좋아했다"며 "그래도 민주당 보다는 윤석열이 낫지 않겠나 싶다. 정권교체를 꼭 해야 한다. 대구 색깔이 아니라 2030 생각이 다 그렇다. 민주당이 너무 싫다. 이재명이 되면 나라가 망할 것 같다"고 했다.
 
역시 홍 의원을 지지했다는 김모씨(20대·남성)도 정권교체를 위해 윤 후보 지지를 선택했다. "홍준표를 지지했는데 (경선에서)떨어졌다. 윤석열은 제가 지지했던 사람은 아니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도 (윤석열을)뽑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홍 의원은 청년세대의 고충을 들어주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주장 또한 명쾌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대구 서문시장 의류 가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정권교체 이룰 사람은 윤석열 뿐"…박근혜 수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윤 후보의 됨됨이와 능력을 보고 지지하는 시민들도 여럿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할 유일한 인물이라는 데 대구의 방점이 찍혀 있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검증이 안 된 '0선'의 정치신인이라도 보수의 간판으로 내세우겠다는 절박감이 강했다. 서문시장에서 분식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씨(60대·여성)는 "후보만 놓고 봤을 때도 괜찮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꼭 정권을 바꿔야 한다"면서 "지금은 오직 윤석열만 (정권교체를)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한 시민(김씨·40대·여성)도 거들었다. "저도 같은 생각"이라며 "윤석열이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당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는 윤 후보가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서문시장에서 양말 가게를 운영하는 장모씨(70대·남성)는 윤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수사 행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수사는 수사고, 지금 우리가 윤석열 후보에게 원하는 건 나라를 잘 이끌 건가, 간신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대한민국을 똑바로 이끌 것인지 그것만 보는기라."
 
대구 경북대학교 북문 입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대구·경북=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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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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