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영상)한미 종전선언 논의 막바지…관건은 북한 수용 여부
최종건 차관, 평화체제 전환까지 언급…한미 의견 조율 긍정신호
전문가들, 문안 조정 마무리 단계 전망 "백신 협력으로 북 설득 필요"
2021-11-16 16:44:20 2021-11-16 21:51:39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카드로 꺼내든 한반도 종전선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정부는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한미 간 합의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공은 북한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북한이 '적대정책·이중기준 철회'라는 선결조건을 내건 가운데 이를 수용하기는 불가능하다. 대신, 백신 협력 등 대북 지원책으로 북한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조만간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한 데 이어 '평화체제 전환'까지 언급하는 등 연일 긍정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 최 차관은 15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의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정부는 한국전쟁을 종식시킴으로써 비핵화의 돌이킬 수 없는 진전을 이루고 비정상적으로 긴 휴전상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비핵화 대화와 평화 회담을 위한 길을 열어줌으로써 남북한과 미국이 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데 의미 있는 진입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 7월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마친 뒤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 차관의 최근 발언을 종합하면 현재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은 없으며 관련 문안 조율도 상당한 수준까지 접근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평화협정 체결 작업까지 돌입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핵화의 입구로서의 종전선언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소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관건은 역시 북한의 호응 여부다. 최 차관도 이날 북한이 긍정적으로 화답할지에 대해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번에 모든 것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서두르지 않는다"고 했다. 한미 간 종전선언 조율이 원활하다고 하면서도, 북한의 반응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 말기부터 도널드 트럼프 정부 초기까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낸 조셉 윤 전 대표도 한미 간 종전선언 합의는 가능하겠지만 북한의 반응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16일 국회 한반도평화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결국 한미는 (종전선언에) 합의할 것 같다"면서도 "문제는 어떻게 하면 북한을 끌고 나올 수 있느냐, 그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며 "북미 간에 상호 신뢰가 너무 없는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종전선언이 현실화되기까지 북한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3개 정도의 장애물이 있는데, 첫 번째로는 한미 간에 문안을 조정하는 것, 두 번째로는 문안 조정에 대한 북한의 수용 여부, 세 번째로는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모여서 언제쯤 종전선언을 할 것인가가 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한미 간의 조율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에 1단계는 나름대로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양 교수는 "아마 11월 또는 12월 초에 (한미 간)조율된 내용을 북한에 전달하고, 북한이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그것을 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한미 간에 조율된 내용을 북한이 수용한다면, 아마 연말 또는 연초 당의 중요 회의라든지 신년사에서 북한이 긍정적인 화답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 다음 단계로 북한이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대북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잣대 철회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북미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대북 인도 지원과 백신 협력 등이 꼽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가 종전선언에 대한 허들을 넘어섰다면, 백신 협력을 매개로 북한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 다음에 전제조건 유연성을 통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현지시간) 화상 정상회담에서 북한·아프가니스탄·이란을 포함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지만 구체적 발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한미가 종전선언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만큼, 미중 정상이 관련 문제에 어떤 의견을 나눴을지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시를 현지지도 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