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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청소년들이 필요한 건 인강·멘토 아닌 마을배움터"
'숨' 종사자·이용자, 예산 삭감에 항의…"우린 숫자 아닌 인간"
2021-11-16 15:35:32 2021-11-16 18:50:52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청소년들이 청소년들의 활동 공간을 없애지 말아달라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호소했다. 관련 예산이 삭감돼 사업비와 인건비가 타격을 입자, 이를 사실상 시설 폐쇄로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시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 종사자와 이용 청소년 등은 서울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청소년이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숨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세그루디자인고등학교 3학년인 김지우양은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건 유명 온라인 강의와 멘토링이 아니다"라면서 "나를 나대로 봐주며 인정하고 환대해주는 사람들과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부가 아니라 개개인 역량을 시도·실험해볼 안전한 공간·사람이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며 "숨을 없애지 말라. 왜 사라져야 하는지 공감할 수 있는 근거로 설명해달라"고 호소했다.
 
가출 경험이 있다는 학교 밖 청소년인 김지우양(18세)도 "지금까지 많은 상담센터, 교육기관, 복지시설을 거쳐봤으나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게 마을배움터"라면서 "우리는 여기서 자살률·빈곤율 같은 숫자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 대해지는 기분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인생은 책상에서 싸인 몇 번으로 뒤흔들만큼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라며 "마지막으로 품은 청소년다운 희망마저 훔쳐가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마을배움터 숨 활동가들은 청소년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른의 도움을 받을 공간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진로 탐색이나 상담 등을 할 때 다른 기관처럼 일회성 프로그램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청소년의 일상과 꿈을 파악해 꿈을 이루는 과정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숨의 대표 활동으로는 '10만원 프로젝트'가 있다. 청소년에게 10만원을 줘 희망 활동을 해보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입시 미술을 준비하느라 정작 그리고 싶은 그림을 포기한 이용자가 다시 붓을 잡거나, 주변에 자해 청소년들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하는 활동을 시도하는 식이다.
 
마을배움터 숨은 지난 2018년 설치돼 품청소년문화공동체가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관련 예산은 올해 5억1000만원에서 오는 2022년 2억5000만원으로 삭감됐다. 사업비가 사실상 전무해지고 인건비가 6명분에서 2명분으로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기자회견에서 '자치구 청소년센터와 중복되서 삭감된거냐'는 취지의 질의가 나오자, 회견 장소 마련에 협조한 더불어민주당 이상훈 시의원은 "강북구에는 시립청소년수련센터 한 곳 외에는 구립센터가 단 하나도 없다"면서 "어느 자치구보다 청소년 관련 시설이 필요하다고 청소년 당사자들이 오래 전부터 이야기한 상황에서 마을배움터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마을배움터 활동이 예산 우선 순위에서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사업 뿐 아니라 시민단체 민간위탁 사업의 정성적인 성과를 따질 때 (시민단체와 서울시간) 다툼이 있고 인건비가 과다한 경우도 있다"며 "서울시장의 의지에 따라 재원 배분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 종사자와 이용 청소년 등은 서울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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