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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노무현의 부패추방 사자후
2021-06-14 06:00:00 2021-06-14 06:00:00
부패와 불공정의 화두가 계속되고 있다. LH사태, 국회의원들의 부동산투기 의혹, 철거과정의 대형재난사고는 부패와 불공정을 상기시킨다. 우리 사회에 부패가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일깨운다. 부패의 바닥에는 불공정의 강이 흐르고 있다. 
 
부패와 불공정을 상징하는 내로남불은 고급스러운 표현은 아니지만 본질을 찌르고 있다. 이중 잣대는 부패와 불공정을 상징한다. 이중 잣대는 반칙과 특권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반칙과 특권”이다.
 
반칙과 특권을 끝내기 위해 평생을 싸운 사람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반부패 투쟁은 대통령 후보시절 완성된다. 그는 2002년 대선정책자문단 자료집에서 “우리는 원칙이 특권에 의해 좌절되고, 상식이 반칙에 의해 훼손되는 ‘비상식의 역사’를 목도”해 왔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시대는 “특권층이 반칙을 저질러도 용납되던 시대, 반칙해서 얻은 승리가 용인되던 시대”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선진사회는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라고 갈파했다. 비록 19년 전의 말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도 가슴을 뛰게 한다. 
 
노 대통령은 2003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3차 반부패 세계포럼에서 “부정부패는 인류가 풍요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최대의 걸림돌”이라고 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부정부패다. 부정부패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사회 정의를 해치며, 특히 공직자의 부패는 국민의 신뢰를 손상시켜 국정 운영에 장애를 초래하기까지 한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철학은 정책으로 구체화된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패추방 제도와 시스템의 대부분은 노 대통령의 구상에서 출발한다. 물론 노 대통령의 구상은 김대중 대통령의 구상과 업적에 기반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부패방지위원회”를 만들었고 노 대통령은 이를 발전시켜 “국가청렴위원회”를 만들었다.
 
노 대통령은 반부패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국가기관을 총동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국세청, 법무부 등과 함께 경제관련 부패 일소 대책을 고민했다. 그리고 공직기강 확립과 사회 전반의 부패척결을 위해 검찰, 경찰, 감사원, 부패방지위, 행정자치부 등 5개 정부기관에 사정작업을 준비시켰다. 
 
이 시스템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부패를 줄이려면 먼저 국가의 반부패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청렴위원회”와 같은 높은 수준의 기관이 필요하다. 지금의 국가권익위원회로는 불충분하다. 최근 발생한 부패문제에 국가권익위원회가 별다른 활약을 못하는 것은 국가권익위원회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다음으로 공무원의 부패를 예방하고 차단하기 위하여 감사원과 행정자치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경제계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 부패는 돈의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국세청과 금융위원회의 활동도 중요하다. 부패가 발생했을 때에는 엄정한 수사를 하는 검찰, 경찰, 공수처의 역량강화 역시 필요하다. 이들 모든 기관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훌륭한 기관장, 뛰어난 실무가들, 기관 사이의 협력이 그것이다. 
 
노 대통령의 반부패 철학과 정책은 세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반부패정책은 정부 출범 전에 준비하여 정부 끝까지 추진해야 한다. 중간에 잊혀져서는 안된다. 둘째, 반부패정책은 전국가적 역량을 동원해 추진해야 한다. 참여정부가 시민단체와 경제계와 함께 2005년 3월9일 “투명사회협약”을 체결한 것은 정부 수준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부패추방시스템을 정착시키려는 시도였다. 셋째, 반부패정책은 단편적인 사후 통제보다는 사전 예방에 초점을 둔 종합적 시스템 접근이 필요하다. 제도화되지 않은 일회적인 운동이나 수사는 국가청렴수준을 높일 수 없다.
 
반칙과 특권이 횡행하지만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 시대에 노무현 대통령의 사자후가 더욱 크게 들리는 듯 하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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