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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중국·유럽 넘어 '기회의 땅' 미국 가나
전영현 사장 "진출 검토" 발언에 가능성 '솔솔'
전기차 배터리·ESS 등 현지 생산·공급 확대
2021-06-14 06:05:19 2021-06-14 06:05:19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삼성SDI(006400)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유럽에 집중된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확대하고 공략에 나설 필요성이 있는데다 최고 경영자도 최근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다. 
 
사진/삼성SDI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지난 9일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 행사에 참석해 미국 시장 진출과 관련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SDI가 그동안 경쟁사들에 비해 투자계획 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전 사장의 발언은 미국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 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SDI의 북미 시장 진출 가능성은 올해 초부터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지난 1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당시만 해도 삼성SDI는 "유럽 고객 비중이 높은 만큼 올해는 헝가리를 중심으로 증설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관련 투자 계획은 따로 내놓지 않았다. 
 
삼성SDI가 미국 진출을 꾀하는 것은 높은 성장가능성 때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오는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이 지난 8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나온 배터리 공급망 대응 전략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산 배터리 제조 시장 활성화를 위해 170억달러(한화 약 19조원) 규모 대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차세대 에너지 설비투자세액공제 제도 추진·투자금액의 30% 공제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만큼 배터리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촉진을 위해  올 초부터 ESS를 설치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세액공제를 기존 20%에서 26%로 확대했다. 지난 2019년 글로벌 ESS 시장에서 삼성SDI가 점유율 35%로 1위를 차지하는 등의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미국 진출을 통해 상당한 수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K-배터리 기업 중 미국 내 배터리셀 생산 공장이 없는 기업은 삼성SDI가 유일하다. 현재 삼성SDI는 국내 울산·천안, 중국 톈진·시안, 유럽 헝가리 괴드에 전기차 배터리셀 공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 미시간주 오번힐스에 배터리 공장이 있지만 이는 팩·모듈 조립 공장으로, 국내 등 주요 거점에서 생산한 셀을 들여와 현지에서 팩과 모듈로 조립해 완성차업체에 공급한다. 미국 투자 계획이 확정되면 삼성SDI도 세계 전기차 3대 시장(중국·유럽·미국)에 모두 생산거점을 갖게 된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확대 및 전기차 수요 증가가 전망되는 만큼 삼성SDI도 미국 내 배터리 거점 확보를 추진할 것"이라며 "배터리셀 생산공장 후보지로는 기존 미시간주 외에 현대차, 기아차, GM, BMW, 벤츠 등 다양한 업체들의 자동차 공장이 밀집한 선벨트 지역(미국 남부 15개주) 지역의 경쟁력이 더욱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올해가 신규 투자의 적기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발표로 오는 2025년 7월부터 완성차업체가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요 소재·부품의 75%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해야 하는 만큼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착공에 들어가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와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다. BMW, 아우디, 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합작법인(JV) 설립 등으로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는 만큼 최근에는 폭스바겐과의 합작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SDI는 신규 증설 외에도 배터리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SDI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는 총 2212억원으로 전년 동기(1984억 원) 대비 11.5% 늘었다. 지난 한해 동안 삼성SDI가 집행한 R&D 비용은 808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올해 초 부사장급 주요 사업부 부장 및 경영진을 교체하며 조직 개편을 통해 배터리 사업 부문 쇄신 의지를 다진 만큼 연구개발 투자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삼성SDI가 중대형전지 부문 호재로 오는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SDI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조3612억원, 248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31.4%, 139.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BMW에 5세대(Gen.5)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 또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연내 출시하는 전기 픽업트럭 R1T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에도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에 삼성SDI가 올해 연간 기준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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