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군 쇄신, 간부식당 철폐부터 시작하자
입력 : 2021-06-04 06:00:00 수정 : 2021-06-04 06:00:00
10년도 넘은 이야기다. 나는 주한미군 2사단 카투사(KATUSA) 선임병장으로 군복무를 했다. 술자리에서 카투사 시절 이야기를 꺼내면 '군대가 아닌 보이스카우트 다녀온 것 아니냐'고 농담부터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소위 '똥군기' 없이 장교와 사병이 시시한 농담을 나누고, 디팩(Dining Facility, 미군 식당)에서는 대대장이 직접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아 병사들과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한다. 병사들 간 공개적 혹은 개인적인 처벌은 있을 수가 없다. 문제가 생기면 상부(Chain of Command)에 보고해 절차에 따라 해결한다.
 
과연 이게 비정상적이고 군기가 빠진 '보이스카우트' 생활인가. '계급'을 무기로 온갖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지시를 강제하는 것이, 그런 일을 추억담이자 영웅담으로 억지 미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 아닐까. 그러한 군 생활이 그립고 또 바람직하다는 사람이 있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진지하게 의심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국의 젊은이들(특히 남성들)은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인 20대에 군대로 끌려간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는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타의에 의해 18~21개월의 시간을 고스라니 바치는 것 자체가 불이익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가는 합당한 대우보다는 권위주의와 똥군기로 그러한 불만을 억누르고 있다. 
 
최근 공군에서 동료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리를 지시했다. 특히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했다.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군대 내 부조리한 '상명하복' 문화와 불필요한 '권위주의' 적폐가 남아있는 이상 비슷한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일로 장관이나 고위 지휘관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해도 그때 뿐이다.
 
결국 근본적인 병영문화를 쇄신해야한다. 장교와 사병의 직무상 위계는 필요하겠지만, 경직된 상하관계가 아닌 유연한 전우관계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에 장교와 사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첫 걸음으로 '간부식당' 철폐를 제안한다. 소수의 간부들끼리 따로 모여 더 신경쓴 음식을 자기들끼리 먹는 것이 아니라, 지휘관과 일선 병사가 같은 음식을 한 자리에서 나누며 고민을 나눈다면 병영 문화가 다소 바뀌지 않을까. 고질병인 '군 부실급식 문제'도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성휘 정치부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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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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