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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개정에 "불법 '성지점' 사라질 것" vs "장려금 차별 금지부터"
공시지원금 추가 지급 한도 15%→30% 상향…정부·업계 입장차 극명
방통위 "법 지키는 유통점에 지원금↑…불법지원금 집중 없어"
유통업계 "지원금 상향이 균등 분배 뜻하지 않아…차별 금지 선행돼야"
2021-05-26 17:09:02 2021-05-26 17:09:02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6일 공시지원금 추가 지급 한도를 확대하는 단말기 유통법(단통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원금은 늘려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고, 불법 지원금은 줄여 소비자 차별을 없앤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업계는 이런 조치가 지원금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중소 사업자들이 고사 상태에 빠질 것이라 주장한다. 
 
방통위는 26일 제21차 전체회의에서 '단말기 유통법 및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마련했다. 
 
단통법 개정안에 따른 공시지원금 추가 지급 한도 확대 효과.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공시지원금 추가 지급 한도를 현행 15%에서 30%로 확대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에서 출고가 99만9900원의 삼성 갤럭시 S21 단말기를 7만원대 요금제로 구입하는 경우, 이통사의 공시지원금이 35만6000원이라면 유통점의 추가지원금이 현행 최대 5만3400원에서 개정 후 최대 10만6800원까지 늘어난다. 소비자들은 최대 5만원까지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방통위는 높은 단말기 비용으로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줄지 않는다는 점에 집중했다. 김재철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단통법 제정으로 가계통신비가 인하되는 추세지만 국민들은 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공시지원금 확대로 이용자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추가 지원금이 확대되면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 혜택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불법보조금까지 축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원금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은 한정돼 있어서, 합법적인 지원금이 늘어난 만큼 불법 지원금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고낙준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과장)은 "특정 유통점에 과도한 장려금이 살포되는, 일명 '성지점'을 만드는 차별적인 장려금이 가장 문제라고 봤다"며 "특정 유통점에 집중됐던 장려금이 법을 지키는 일반 유통점으로 일부 이전돼 한 곳 집중된 장려금이 흘러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지원금 추가 지급 한도는 중소 유통점의 추가 지원금 지급 여력을 고려해 30%로 설정했다. 방통위는 당초 추가지원금 한도를 5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했었다. 하지만 중소 유통점은 추가지원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대형 유통점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현행 15%의 두 배인 30%로 정하게 됐다. 
 
추가 지원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원금 자체를 낮출 수도 있지 않냐는 지적에 방통위는 그렇게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고 과장은 "공시지원금 재원은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함께 만든다"며 "공시지원금을 떨어뜨리면 요금 할인으로 혜택이 몰리게 돼 이통사가 스스로 부담을 늘리게 되는 꼴"이라고 했다.  
 
그러나 유통사업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지원금 차별을 없앨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사업자 간 차별을 더 강화해 중소 유통사업자들이 고사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추가지원금은 유통망의 재원이고, 또 불법 지원금이 합법 지원금으로 이전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관계자는 "지금도 지원금이 균등 분배되지 않는데 한도가 상향된다 해도 이를 골고루 줘야 할 이유는 없다"며 "결과적으로 직영점이나 대형 유통망, 불법 채널의 성지점이 공시지원금을 더 많이 가져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KMDA는 장려금 차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단통법 개정안은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채널 간 장려금에 대한 차별 금지 대안입법이 선행, 최소한 동시 진행 돼야 한다"며 "(장려금 차별금지)법 외적인 관리 체계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단통법 개선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이번 개정으로 소비자 후생은 늘겠지만, 특정 유통망 차별이라는 부작용을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이라 말한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단통법 개정안은 지속적으로 불법 보조금이라는 금지행위에 대한 징벌이 많아져 법안 자체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돼 이를 확대한 것이 아닌가"라며 "불법행위 자체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각 유통점의 지원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확인해 이용자 차별을 방지할지가 고민일 것"이라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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