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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검수완박' 수정안, 선량한 국민 보호 안 보여"
"이의신청 사건 보완수사, '동일성 제한' 이해 안 돼"
"경찰 편파·축소·남용 의심시 더 철저한 보완수사 필요"
"고발인 이의신청은 왜 막나…내부고발자 보호 어려워"
2022-04-28 18:01:04 2022-04-28 18:48:06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검찰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수정안'도 여전히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제한하고 있어 경찰 수사에서 놓친 부분을 조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경찰이 '무혐의' 취지로 송치한 사건의 보완수사를 막아 문제가 더욱 크다고 지적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고자 한다는 취지가 무색한 수정안이라는 것이다. 
 
대검은 28일 '검수완박 법안 본회의 수정안에 대한 대검 입장'을 발표하고 "위헌성이 크고 국민께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가져오게 될 것이 명백한 수정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 검사(왼쪽)와 예세민 대검 기조부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검찰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수정안이 원안과 마찬가지로 △선거 범죄·공직자 범죄 등에 대한 검찰 직접 수사를 금지하고 △이의신청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를 차단하고 있으며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막는 등 문제점이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의신청 사건'의 보완수사 시 '동일성'이라는 제한을 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의신청 사건은 고소·고발인 및 피해자 또는 피의자가 경찰 수사 결과에 불복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뜻한다. 수정안에서 검찰청법 개정안 4조에 있던 검찰 보완수사의 '동일성' 규정을 삭제해 공범·여죄·무고·위증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열어 놓았으면서, 사건 관계인이 이의신청한 경우에는 보완수사를 할 수 없도록 막은 것이다. 
 
해당 내용은 수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 196조 2항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 중 197조의3 6항, 198조의2 2항, 245조의5 1호, 245조의7 2항의 경우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이의신청 △시정조치 미이행 △불법구금 의심으로 인한 사건은 공범·여죄·무고·위증 등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동일한 범죄사실"에서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으로 조문이 바뀌었지만 검찰은 이는 말장난일 뿐 근본적으로 똑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완수사 동일성 조건이 들어가면 예를 들어 피의자 A가 피해자를 기망해 5000만원을 편취한 사기 범죄가 발생했을 때, 편취 금액이 5000만원은 맞는지, 피해자를 속인 것은 맞는지, 훔친 5000만원을 어디다 썼거나 숨겼는지, 피해자에게 이 돈을 돌려줄 수 있는지 등을 수사할 수 없게 된다.
 
검찰은 이를 두고 "이의신청 사건은 사법경찰관의 혐의없음 결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의를 제기한 사건이고, 시정조치 미이행 사건은 경찰 수사의 위법성이 의심돼 시정 요구를 했는데 이행하지 않은 사건이며, 불법구금 의심사건은 인신에 대한 직접적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사건"이라며 "일반적인 송치사건과 달리 이런 사건들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보완수사하도록 한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은 "쉽게 말해 경찰이 죄가 된다고 판단한 것은 관련 사건을 다 수사하라고 해놓고 경찰이 이거는 죄가 안 된다고 한 사건들은 동일한 그 부분만 해라, 그러니까 확대하지 마라 이 얘기"라고 설명했다. 
 
대검은 "(이의제기 사건은) 경찰의 편파수사·축소수사·인권침해·수사권 남용 등이 의심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철저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그런데도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보완수사토록 하는 것은 범죄피해자의 헌법상 재판절차진술권·평등권을 침해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고발인의 이의신청을 막은 조항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소인과 피해자 아닌 고발인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검은 "아동학대를 목격하고 경찰에 고발한 이웃 주민이나 선생님, N번방 사건을 신고한 시민,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비리의 내부고발자는 이의신청을 못 하게 된다"며 "이의신청을 못 하게 되면 항고나 재정신청 역시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대검 간부는 "고발사건은 대체로 시민단체 등 기관 고발로 예민한 사건들이 많다"며 "이런 경우 경찰이 혐의없음 처리해도 검찰이 보완수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회의를 가진 검찰인권위원회(위원장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도 국회의 '검수완박' 수정안에 대해 "국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한 절차와 방식·속도로 제도의 변화가 이뤄질 경우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이 공감·신뢰할 수 있고 국민의 인권을 더욱 보호할 수 있도록, 형사법 개정이 신중한 논의를 거쳐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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