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론)공정은 3요소의 균형
2021-05-20 06:00:00 2021-05-20 06:00:00
공정이 시대정신이 되었다. 과거에도 중요했으나 양극화로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불공정의 근본 원인은 양극화다. 계급·계층·지역·연령·성별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정보와 부에 넘을 수 없는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아파트 소유 여부에 따라 평생을 노력해도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격차가 생겼다. 극단적인 경제 양극화, 정치 양극화, 사회 양극화가 불공정의 근본 원인이다. 양극화로 인한 불공정은 심각해지면 부패가 된다. 불공정과 부패는 양극화라는 같은 뿌리에서 생겨난 두 개의 독과일이다. 
 
공정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한다. 최소한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이 명제를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정을 외친다고, '불공정 퇴치 국민 궐기대회를 연다고 해서 공정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불공정을 해소하려면 공정의 근본 원인과 구성요소를 알아야 한다.
 
불공정의 근본 원인은 양극화다. 불공정을 해소하려면 경제·정치·사회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해소해야 한다. 근본 원인을 해결하면 파생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근본 원인을 해결한 다음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양극화 해소가 근본 치유책이지만 곧 불공정 해결은 아니다. 공정은 따로 해결해야 한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면 공정의 구성요소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각각을 균형있게 해결해야 한다. 공정은 크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크고 추상적인 개념은 그 자체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해체해서 보아야 한다. 구성요소로 해체해서 보지 않으면 그냥 공정만 이야기할 뿐, 공정을 만들기 위한 행동을 하지 못한다. 
 
공정의 구성요소는 세 가지다. 무엇이 셋인가? 첫째는 법 앞의 평등이고, 둘째는 절차 준수이고, 셋째는 약자 보호다.
 
공정의 첫 번째 요소는 법 앞의 평등이다. 공정의 핵심은 평등이다. 공평하게 대우하고 대우받는 것이 공정이다. 하지만 공정은 획일적 평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그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점,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평등이 공정의 출발점이다. 법 앞의 평등은 평등의 출발점이자 마지막 보루다. 최근 법 앞의 평등이 무너진 사실을 종종 목격한다. 법이 어떤 사람에게는 가혹하게 집행되고 어떤 사람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다. 법 집행자들이 법을 차별적으로 집행한다. 이 차별이 법 앞의 평등과 사회의 공정을 무너뜨린다. 법 집행자들의 평등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공정의 두 번째 요소는 절차 준수다. 공정은 절차와 결과 중 절차적 정의에 우선을 둔다. 절차 자체의 공정함이 우선 중요하다. 공정한 절차는 관계자들에게 평화와 안전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공정한 수사절차가 있어야 피의자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수사관도 안심하고 수사할 수 있다. 서로 불필요한 다툼은 피할 수 있다. 공정한 절차는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낳지는 못하지만 공정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약간의 불만과 차이는 불가피하다. 이 격차와 불평등은 복지나 사후조치로 해결해야 한다.
 
공정의 세 번째 요소는 약자 보호다. 공정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관심을 갖는다. 법 앞의 평등과 공정한 절차를 통하여 약자를 배려하고 약자들이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한다. 약자 보호는 곧 다수자, 강자의 보호와 같다. 모든 사람은 언제든지 약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은 약자 보호를 통하여 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가져온다.
 
공정에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법 앞의 평등, 절차 준수, 약자 보호라는 3요소의 조화와 균형이다. 3요소는 서로 배척하는 측면이 있다.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하면 약자 보호가 소홀히 될 수 있다. 약자 보호를 강조하면 절차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조화와 균형이다. 개인의 처지에 따라 강조하고 싶은 요소가 있겠지만 균형을 깨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래도 만약 균형이 깨진다면? 그 때는 첫 번째 요소, 법 앞의 평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법 앞의 평등은 공정의 핵심이요 출발점이다. 공정한 절차와 약자 배려는 법 앞의 평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민주법치국가에서 법 앞의 평등이 무너진다면 공정을 포함한 모든 것이 무너진다. 공정의 위기는 법치주의 위기의 다른 표현이다.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