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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대신 펀드 택한 게 패착…증시 활황에도 고개 숙인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등 신규 경쟁자 등장하는데…일러야 올 하반기 MTS 출시
2021-02-09 04:00:00 2021-02-09 04: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제1호 핀테크 증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이 출범 1년을 맞았지만 자본시장 '메기' 효과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등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 플랫폼을 등에 업고 고객 확보에는 성과를 보였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 활황의 수혜는 전혀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입 초기 단계에서 주식 등 직접투자보다는 펀드 등 간접투자에 주력한 전략이 패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의 누적 계좌개설자 수는 전년 말 기준 320만명으로 집계됐다. 카카오페이증권 종합계좌는 지난해 9월 초 200만 계좌를 넘어선 이후 두 달 만에 100만 계좌가 추가로 개설되는 등 월 평균 36%씩 성장하고 있다.
 
동전 모으기·알 모으기, 버킷리스트, 미니금고 등 카카오톡·카카오페이 플랫폼과 연결된 투자·자산관리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신규 고객을 유치한 결과다.
 
특히 비상금이나 여윳돈을 별도 계좌로 분리해서 보관할 수 있는 미니금고의 경우 작년 11월 개시 이후 2개월 만에 1100억원의 예수금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카카오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증권업계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다. 주력 서비스가 펀드에 국한되면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주식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펀드시장 위축된 점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페이증권의 공모펀드 판매 잔액은 1조458억원으로 나왔다. 판매 잔고는 전체 34개 증권사 가운데 26위로, 전체설정규모(111조589억원)의 0.94% 수준이다. 부문별로 보면 단기금융이 8286억원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재간접형(1215억원)·채권형(681억원), 혼합자산(189억원), 주식형펀드(87억원) 등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에 자금이 쏠렸다.
 
실적도 부진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증권의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28억1300만원으로 2분기(-17억8800만원)에 이어 적자폭이 확대됐다. 영업이익 또한 -32억3000만원으로 적자를 시현했다.
 
증권사들이 ‘동학개미운동’ 등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주식 직접거래 서비스에 뛰어들지 않으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관련 수혜를 입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토스·IMC 등 핀테크·외국계 증권사의 잇단 출현으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카카오페이증권은 320만 고객을 기반으로 ‘생활밀착형 투자·자산관리’ 서비스에 힘을 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늦어도 하반기 중으로 주식거래가 가능한 MTS도 내놓을 방침이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페이와 함께 MTS의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을 특화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부 원장 시스템은 코스콤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펀드 판매 계좌 건수만 놓고 보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라며 “펀드로 일상 속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투자 습관을 형성한 사용자들이 카카오페이증권의 MTS를 통해 새로운 투자 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카카오페이 플랫폼과의 연결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대표가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페이증권의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페이증권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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