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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경합주 확보한 트럼프…'어게인 2016'에 민주당 "재앙적" 당혹
2020-11-04 18:15:08 2020-11-04 18:15:08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 치러진 제46대 미국 대선은 반전을 거듭하며 혼돈의 대서사시를 써내려갔다. 선거 직전 대부분 여론조사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확고한 우세를 점쳤지만, 개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대약진에 핵심 경합주 판세가 뒤집히며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상황이 재현됐다. 
 
이번 미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든 변수는 '코로나19'와 '경제'가 꼽힌다. 감염병 확산 초기 트럼프 행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미국 내 누적 확진자가 전세계 1위를 기록하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다. 더욱이 각 지역 봉쇄에 따른 내수 침체와 치솟은 실업률은 트럼프 대통령에 큰 악재로 작용했고 바이든 후보의 지지세를 높였다. 
 
대선 한 달 앞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며 미 정가는 요동쳤다. 확진 후 입원 치료를 받던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만에 조기퇴원을 강행하는 등 선거 막판 유세전에 돌입하며 골수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무리한 선거전 강행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각종 여론조사는 바이든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확산세로 감염병을 피하기 위해 유권자 1억명 이상이 사전투표에 참가했다. 이에 올해 미 대선 총 투표율이 지난 1908년(65.4%) 이후 112년 만에 가장 높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통상 바이든 후보 지지자들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유권자들은 사전 투표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체로 선거 당일 현장투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이든 후보의 압승을 예측하는 분석도 쏟아졌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 우세 속 개표 초반 접전 양상을 보이던 선거 판도는 핵심 경합주 선거인단 결과가 발표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였다. 6개 경합주는 북부 '러스트벨트'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과 남부 '선벨트'인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중 애리조나를 제외한 5곳에서 우위를 점했다. 우편투표를 제외하고 현재 상황으로 개표 결과가 굳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역전도 가능하다. 
 
경합주 6곳을 제외하고 대선 결과가 지난 2016년과 같다고 가정할 경우, 플로리다에서 패배가 유력한 바이든 후보는 러스트벨트 3개주에서 모두 승리해야 매직넘버인 270명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세 곳의 경우 우편투표가 막판 변수로 남아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3일(현지시간) 미 미시간주 셸비 타운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개표 현황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욕타임스(NYT)와 AP 등 외신 등에 따르면 이번 대선 출구조사 결과 눈에 띄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라틴계 표심을 잡았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조지플로이드 사태 이후 흑인 유권자 표심 잡기에 골몰했던 바이든 후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변수가 나타난 것이다. 상대적으로 일찍 승리가 확정된 최대 경합주 플로리다 주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라틴계 표심이 지난 2016년을 뛰어넘었다. 콘크리트 지지층 백인 남성의 지지와 함께 샤이 트럼프의 결집으로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안팎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 당시처럼 역전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각종 여론·출구조사 결과와 다른 개표 흐름에 오바마 행정부 관료를 지냈던 민주당 관계자는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대선과 정확히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선거전략 관계자도 "재앙적"이라며 "2016년보다 훨씬 안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300만여표를 더 얻고도 선거인단 수 확보에 밀려 패배했다. 미국만의 독특한 선거인단 제도로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 주에선 크게 이기고, 패배한 주에선 박빙으로 밀리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6개 경합주, 선거인단 101명에 걸린 공화당 선택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 대표 텃밭인 캘리포니아에서는 '칼렉시트'(캘리포니아와 exit의 합성어)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클린턴 후보에게 몰표를 줬던 만큼 주를 독립국가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선거인단 55명이 할당돼 미국 모든 주를 통틀어 가장 많다. 이번 대선에서도 바이든 후보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두 배가 넘는 표를 몰아주며 블루 물결에 힘을 실었다.
 
백주아·권새나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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