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즉시연금 상품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덜 지급받았다며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재차 가입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 전반에서 최대 1조원가량의 보험금이 달려 있는 사건인데, 항소심에서도 원고들의 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업계의 표정이 어둡다. 사법부가 보험 가입자의 손을 들어준 만큼 보험사의 즉시연금 미지급액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24일 보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지난 9일 즉시연금 가입자 2명이 미래에셋생명에 제기한 미지급연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미래에셋생명은 같은 소송 1심에서도 고배를 마셨었다. 이번 재판은 가입자 약 16만명에 대해 최대 1조원의 보험금이 걸린 즉시연금 소송의 첫 항소심이었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일시불로 납입한 후 익월부터 매월 연금을 받고 만기에 원금을 환급받는 상품이다. 가입자들은 지난 2017년 6월 연금액이 최저보장이율에도 못 미친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금융소비자연맹 등 금융소비자단체는 2018년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이 만기환급금에서 임의로 사업비 등을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며 이를 반환하라고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생보사에게 보험금을 더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약관에 연금액 산정 방법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보험사들이 연금을 과소지급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은 이를 모두 거부하면서 법적 분쟁이 장기화됐다.
이후 공동소송 1심에서 원고 가입자들은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 삼성생명, 한화생명을 상대로 잇따라 승소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공동소송이 아닌 가입자 개인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승소한 바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미래에셋생명은 "판결문을 검토하고 법무법인과 논의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미래에셋생명의 항소를 전부 기각하고 원심에 이어 가입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즉시연금 공방에서 대부분 가입자가 승소한 가운데, 분쟁을 벌이고 있는 보험사들이 향후 소송 결과에서도 패소하면 즉시연금 미지급액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즉시연금 공동소송을 추진한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번 미래에셋생명 항소심 판결이 나온 이후 생보사들에 소송전을 중담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번 선고는 삼성생명 등 다수 보험사 대상으로 공동소송을 진행하는 즉시연금 공동소송 재판에서 항소심인 2심에서 가장 먼저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라 의미가 크다"면서 "즉시연금 미지급 반환청구 공동소송의 원고승 판결은 당연한 결과이며, 다른 보험사 공동소송 건에서도 당연히 원고 승 판결을 기대하며, 생보사들의 자발적인 지급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 전체에서 즉시연금 미지급액 분쟁 규모를 8000억원에서 1조원가량, 가입자는 16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생명이 43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화생명 850억원, 교보생명 700억원 등의 순이다.
지난 2018년 8월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가 생명보험사 즉시연금 공동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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