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세상 국제유가①] "유례없는 롤러코스터"…국제유가,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서킷브레이커에서 마이너스 유가까지…코로나·유가전쟁이 부른 기현상
2020-05-03 07:00:20 2020-05-03 07:00:20
국제유가가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사상 최초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사흘간 반등했지만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사진은 바레인 사히르 유전. 사진/뉴시스
국제유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올해 초 60달러 선에서 시작한 유가는 두 달 만에 반 토막이 나고, 한 달 후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까지 내려갔다. 코로나19가 터지며 기업과 소비자들이 소비를 모두 멈추자 원유 수요도 자연스레 바닥을 친 것이다. 여기에 산유국들의 때아닌 증산 경쟁까지 겹쳤다. 유가가 불과 두 달 만에 어떻게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떨어졌는지, 어쩌다 연일 최대치 낙폭을 갱신하게 됐는지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국제유가가 끝없는 추락 중이다.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과 더불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까지 겹치며 두 달 만에 21년 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뒤늦게 감산 협의에 나섰지만 유가 추락은 계속되고 있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사상 최초 '마이너스 유가'를 보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이후 사흘간 깜짝 반등을 보인 이후 다시 내림세다. 28일 기준 WTI는 배럴당 12.34달러로 장을 마쳤고 두바이유도 배럴당 16.63달러로 사흘 연속 하락 중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만 간신히 20달러 선을 지켰다.
올해 1월 중순 배럴당 60달러를 밑돌던 WTI는 코로나19 확산 시작과 함께 서서히 추락했다. 본격적인 추락은 지난달 9일(현지 시각) NYMEX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며 시작됐다. 개장 이후 폭락세를 보이면서 주식 거래가 15분간 일시 중단된 것이다. 이날 국제유가는 30%대의 폭락세를 보이면서 세계는 '대혼란'에 빠졌다.
대혼란의 신호탄은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불발이었다. 석유수출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은 코로나19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하자 감산 논의에 들어갔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사우디는 원유 가격 인하에 나서고 증산 가능성도 시사했다. 가격을 낮추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원유 가격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한 달간 국제유가가 20달러 선까지 떨어지자, 파산위기에 내몰린 미국 셰일 오일 업계를 고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감산 합의를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이어가며 오는 5~6월 하루 970만배럴의 감산 합의를 이뤄냈다. 
감산합의는 역사상 최대 규모였지만 코로나19 앞에선 역부족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량이 하루 2000만~30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두 달간 하루 970만배럴 감산으론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국제 유가 반등을 이끌어 내기엔 역부족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유가는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WTI가 배럴당 -37.63달러까지 떨어진 것이다. 전날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나 떨어졌다. 코로나19 발 수요 침체와 감산량 부족 탓도 있었지만, 투자자들이 근월물로 갈아타려는 '롤오버'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 즉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앞두고 선물 투자자들이 5월물 원유를 인수하지 않고 6월물로 갈아탄 것이다.
바닥을 친 유가는 다음날부터 바로 'V자 반등'을 그리며 사흘간 46% 올랐지만 이내 다시 하락 중이다. 원유 저장공간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원유 수요 감소량에 못 미치는 감산량 탓에 원유는 쌓여만 가는데, 보관할 저장 공간이 포화 상태를 향하면서 향후 몇 달 내 글로벌 원유저장 탱크가 가득 차는 '탱크톱(tank top)'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마이너스 유가 현상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원유 수요 회복세가 더디고, 더는 지상에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면 남은 원유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골칫덩이'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처리하려 든다면 유가는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수요 회복이다. 유가는 세계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이 정상화되고 소비자들이 경제활동을 해야 안정될 수 있을 전망이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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