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도 넘은 예탁금 이자놀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4% 수익금 받아 고객에 1%만 지급
외국계는 고객에 이자 3% 안팎 지급
2024-05-20 06:00:00 2024-05-20 10:41:11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고객 예탁금 폭리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예탁금을 활용해 4% 안팎의 수익을 내면서 고객에게 돌려주는 이자(이용료율)는 고작 1%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은행으로 치면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 즉 예대금리차가 무려 3%에 달하는 셈입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운용 비용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예탁금 수익이 많은 데다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예탁금 수익이 제로에 가깝다는 점에서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앉아서 2~3% 이자 놀이 '꿀'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예탁금 운용수익률은 3.5~4%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국내 증권사가 해당 예탁금을 이용한 대가로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이용료율은 대부분 1% 수준에 그칩니다. 
 
예탁금 이용료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돈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이자입니다. 증권사는 고객의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맡기고, 한국증권금융은 자금을 운용해 얻은 이익을 증권사에 배분합니다. 이 수익 중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게 예탁금 이용료입니다. 
 
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예탁금 이용료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올 1월부터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비교 공시를 시작했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하는 예탁금 이용료율은 금액에 따라 2%까지 지급하는 곳도 있지만, 대다수는 1% 수준입니다. 한국투자·토스·메리츠·신한·삼성증권 등은 1%이며, 키움·하나증권은 1.05%입니다. 현대차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100만원까지는 2%를, 100만원을 초과하면 0.75%를 지급합니다.
 
중 가장 많은 수익률을 남기는 곳은 NH투자증권으로 3.06%에 달했습니다. 뒤를 이어 한양증권(2.97%)과 교보증권(2.95%), IBK투자증권(2.90%), 유안타증권(2.82%), SK증권(2.80%), KB증권(2.61%) 등 입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국내 증권사처럼 폭리를 취하지 않습니다. 예탁금 이용료율로 3%를 넘게 지급하는 곳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정도면 한국증권금융에 맡긴 예탁금에서 나온 수익을 온전히 고객에 지급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CGS증권의 이용료율은 3.37%, 홍콩상하이증권은 3%, 모건스탠리·JP모건·씨티그룹글로벌·SG증권 등은 2.75%입니다. 이들이 예탁금을 가지고 남기는 수익은 0~1%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만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증권사보다 고객수가 적어 관련 전산 구축 및 인력 운용 비용 부담이 적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내·외국계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율 비교(표=뉴스토마토)
 
이용료율 더 낮추는 증권사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용료율을 더 낮추는 증권사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탁금을 운용하면서 업무원가에 따라 고정비용이 든다고 하는데요. 분기마다 이용료율이 변하는 것은 한국증권금융 예치 수익률에 따라 변동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다음 달 3일부터 평균잔액 50만원 미만 계좌의 예탁금 이용료율을 기존 연 0.85%에서 연 0.10%로 낮춥니다. 평잔 50만원 이상의 경우 연 1.05%에서 연 1.00%로 변경했습니다. 
 
KB증권은 지난달 1일 평잔 100만원 이상의 예탁금 이용료율을 기존 연 1.06%에서 연 1.02%로 내렸습니다. 지난 1월 1.06%로 인상한 지 3개월 만입니다. SK증권은 지난달 15일 이용료율을 기존 연 1.02%에서 0.98%로 하향했고, DB금융투자도 같은 날 예탁금 100만원 이상 이용료율을 기존 연 0.6%에서 0.55%로 낮췄습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산비용이나 예탁금을 이용한 업무원가 비용, 인건비 등을 종합한 비용을 빼고 이용료율을 정한다"면서 "지난 2022년도 증권업계가 0%대 이자율을 지급할때 신한증권은 이미 1%대로 올려 업계 최고 수준의 예탁금 이용료율을 적용했었고, 여전히 업계 평균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증권사들도 각자 신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증권금융에서 받는 수익률도 다르다"고 했습니다.
 
SK증권 관계자는 "최근 3개월 한국증권금융 예치 수익률이 해당 수준으로 인하되어 수익률 인하분을 반영했다"면서 "해당 기준은 증권사들이 모두 같은 상황이어서 동결 또는 인하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증권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습니다. 실제 예탁금 이용료율을 낮게 책정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지표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0곳이 2019~2022년 예탁금으로 올린 수익은 2조467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투자자에게 지급한 이용료는 5976억원으로 전체 이익의 약 24.2%에 그쳤습니다.
 
여의도 증권가(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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