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리보세라닙' FDA 승인 불발 후폭풍
국산 간암 신약 첫 FDA 품목허가 실패
후발 국산 신약 미국 진출 영향에 ‘촉각’
2024-05-20 16:55:26 2024-05-20 17:15:4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HLB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품목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며 국산 항암제 첫 미국 진출 도전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HLB는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 적응증으로 신약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FDA는 신약 허가를 반려하면서 보완요구서한(CRL)을 보낸 것인데요. 보완요구서한은 신약 품목허가를 승인하지 않은 이유와 앞으로 보완해야 할 내용을 설명해주는 절차입니다.
 
HLB는 파트너사인 항서제약과 협의해 FDA에 신약 허가 재신청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최근 HLB가 공개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 요법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긍정적이어서 FDA 승인이 확실시됐던 만큼 시장의 충격파가 큽니다. 경쟁사인 로슈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 역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요법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상태에서 시장 선점 효과를 뺏길 수도 있어 이번 FDA 승인 불발이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부회장은 "우리 신약 개발자와 경영진들이 미국의 신약 허가 시스템에 대해 간과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국산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기대를 모았던 리보세라닙의 FDA 승인이 불발되면서 신약 개발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 높고, 당분간 냉정한 시장의 평가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FDA가 보완요구서한에 적시한 내용들이 단시일 내 개선 가능한지, 다른 프로세스가 있는지는 좀더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들도 FDA로부터 신약 허가 성공확률이 60%인데, 후발 주자인 국내 기업들이 FDA 신약 허가를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국내 기업들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오류를 바로잡고 실패를 극복할 때 신약 개발 기술력이 쌓이는 것인데 개별 기업의 사안으로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을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시키는 생물보안법을 비롯해 미·중 갈등이 리보세라닙 FDA 품목허가 승인 불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FDA가 항서제약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캄렐리주맙의 화학·제조·품질관리(CMC)에 문제를 발견해 보완을 요청했지만 지적한 사항이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HLB 간암 신약 FDA 허가 실패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임상 3상 진행 중인 다른 신약 개발 기업까지 영향을 미칠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LG화학이 개발한 항생제 팩티브가 2003년 처음으로 FDA로부터 신약 품목허가를 받은 후 10년간 총 11개의 국산 신약이 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HLB의 리보세라닙을 시작으로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과 HK이노엔의 케이캡이 FDA 품목허가가 기대됐죠. 리보세라닙은 연내 FDA 승인이 어려워졌지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케이캡은 예정대로 임상 3상 종료 후 FDA에 신약 품목허가 신청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을 적응증으로 한 미국 임상 3상 결과를 확인 후 FDA 신약 품목허가 신청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측은 "파트너사인 세벨라에게 케이캡의 북미지역 권리를 기술 이전을 한 만큼 임상 3상 결과나 구체적인 FDA 허가 신청 일정을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점이 있다"고 거리를 뒀습니다. 케이캡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적응증 임상 3상이 예정대로 이달 안에 마무리되면 큰 변수가 없는 한 하반기에 FDA에 품목허가 신청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도 하반기에 FDA 승인 여부가 판가름 납니다. 유한양행은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에 레이저티닙의 권리를 기술 이전 했습니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해 FDA에 리브레반트와 레이저티닙 병용 요법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이르면 8월에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 (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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