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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종전선언,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의 문"
UN총회 기조연설…'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도 제안
2020-09-23 03:00:00 2020-09-23 03:00:0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동참을 촉구하고 유엔(UN)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 총회에서 영상 기조연설을 하고 "한반도에 남아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됐다"면서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신베를린 선언' 이후 꾸준히 제안했던 화두다. 2018년 3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거쳐 9월19일 평양공동선언 및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사실상의 종전선언'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후 남북관계는 경색됐고, 지난 6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사실상의 종전선언'도 퇴색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문 대통령의 이번 '종전선언' 제안은 '하노이 노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문 대통령은 "방역과 보건 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남북과 중국, 일본, 몽골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했다.
 
이는 지난해 제안한 '동북아 슈퍼그리드(신재생에너지 협력)', '동북아 철도공동체(남북 철도연결)' 구상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외에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과 관련 "어떤 국가도 혼자만의 힘으로, 또 이웃에 대한 배려 없이 위기를 이겨낼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유엔 창립정신인 '함께 잘살기 위한 다자주의'와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 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각국의 공평한 접근권 보장을 위해 "국제 모금으로 국제기구가 충분한 양의 백신을 선구매해, 빈곤국과 개도국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를 이끄는 포용성 강화를 위해 '위기는 곧 불평등 심화'라는 공식을 깨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경제회복' 실현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대와 협력의 다자주의 및 규범에 입각한 자유무역질서 강화도 역설했다.
 
끝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산업화가 진행 중인 개도국이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만큼, "선진국이 개도국과의 격차를 인정하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총회 기조연설은 취임 후 연속 네 번째다. 이번 유엔총회는 코로나19 상황으로 120개국 원수와 53개국 정부 수반 등 173개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화상 연설로 참여하고, 뉴욕 유엔본부 회의장에는 국가별로 소수 인원만 제한적으로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유엔(UN)총회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은 전날 ‘유엔 75주년 기념 고위급회의 대표연설’ 모습이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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