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았던 ‘나토의 벽’…경쟁력 입증한 한화오션
60조 수주전 끝 TKMS 선정…“졌잘싸”
필리핀·그리스 등 글로벌 시장 정조준
2026-07-07 10:26:51 2026-07-07 10:26:51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단일 무기체계 수출 사상 최대 규모인 60조원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화오션(042660)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이라는 견고한 장벽에 부딪혀 고배를 마셨습니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대형 디젤 잠수함의 설계와 건조 역량이 유럽 전통 방산 강국들과 대등한 수준임을 국제 무대에서 완벽히 입증했지만, 기술력을 넘어선 동맹국 간 전략적 군수지원 체계가 최종 승부를 갈랐습니다. 비록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는 내줬으나 예비 공급업체 지위를 확보하며 끈질긴 추격의 불씨를 살린 가운데, 향후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강력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6일(현지시각)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잠수함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현지시각)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차세대 잠수함 도입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카니 총리는 “매우 어렵고 박빙의 선택이었다”며 “TKMS와 한화오션은 모두 캐나다 왕립해군의 요구 성능을 충족하는 강력한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CPSP는 노후한 캐나다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대형 사업으로, 30년간 유지·보수·운영하는 비용을 합해 총 60조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캐나다는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늘리겠다는 나토 합의를 지키기 위해 대규모 전력 증강을 추진 중입니다.
 
기술력 대등…독일 ‘조기 인도’ 강수
 
당초 해당 사업에는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 등 유럽 주요 잠수함 업체들이 대거 뛰어들었지만, 한화오션은 경쟁사들을 모두 제치고 TKMS와 최종 2파전을 벌였습니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이 실전 배치해 운용 중인 3000톤급 ‘장보고-Ⅲ(KSS-Ⅲ) 배치Ⅱ’를 제안했고, TKMS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 중인 ‘212CD’를 앞세웠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평가 단계에서 두 잠수함 모두 자국 해군의 요구 성능을 완벽히 충족한다고 판단해 기술력 부문에서는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수주전 막판까지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됐습니다. 세계 20여개국에 잠수함을 수출한 실적을 보유한 TKMS를 상대로 한국 측이 압도적인 납기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우자, 독일과 노르웨이 정부는 자국 발주 물량의 생산 순번까지 조정해 2034년까지 첫 4척을 캐나다에 조기 인도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한국 방산업계 역시 잠수함으로 태평양을 직접 횡단해 현지에 파견하는 등 민관 합동 총력전을 펼쳤고, 현지 방산·기술 기업인 CAE, 밥콕 캐나다, 블랙베리, L3해리스 등 20여곳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현지 산업 기여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맞불을 놨습니다.
 
최종 계약은 무산됐지만 예비 공급업체 지정은 향후 추가 발주의 강력한 불씨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카니 총리는 “한화오션을 예비 공급업체(Reserve Supplier)로 지정하고 TKMS와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차순위로 협상을 시작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도입 물량 역시 ‘최대 12척’으로 규정하며 기술 변화와 미래 안보 환경을 고려해 각 단계별(Tranche) 잠수함 발주에 유연성을 두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본계약 체결까지 약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독일 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납기나 세부 조건에 변수가 생길 경우 즉각 대안으로 투입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위를 확보한 셈입니다.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사진=연합뉴스)
 
최종 승부 가른 ‘나토 네트워크’
 
최종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나토 기반 공동 운용 체계와 군수지원 네트워크였습니다. TKMS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동일 플랫폼을 운용하면서 공동 정비와 부품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고, 북극해 작전 경험과 나토 회원국 간 상호 운용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카니 총리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직전 우선협상대상자를 전격 발표한 점도 외교·안보적 판단이 짙게 깔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대형 방산 사업이 성능과 가격 경쟁을 넘어선 국가 간 동맹 구조의 결합체라고 진단합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잠수함은 성능, 납기, 산업협력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했으나 캐나다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유럽 안보 협력, 북극 안보, 동맹 내 군수지원 체계와의 연계성을 더 중시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상대국의 안보 환경과 동맹 구조 산업정책까지 고려한 국가 차원의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며 잠수함 같은 전략 무기일수록 장기적인 안보 협력 기반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동맹 국가의 태생적 한계도 주요 장벽으로 작용했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이번 수주전 결과는 한마디로 졌지만 잘 싸운 ‘졌잘싸’로 요약할 수 있겠다”라며 “한국은 캐나다와 군사동맹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유사시 무기 지원과 후속 군수지원까지 끝까지 보장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는 반면 독일은 나토 회원국으로서 전시에도 동맹 차원의 군수지원 체계를 자동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라고 짚었습니다. 수주전 당시 한국 측이 유일하게 협력 관계를 맺은 유럽 국가가 브렉시트로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뿐이었다는 점도 똘똘 뭉친 유럽 방산 생태계의 텃세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만 이번 캐나다 수주전 경험은 해군 전력 강화 및 노후 함정 교체 수요가 맞물린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제시할 중요한 포트폴리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한화오션은 지난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필리핀·콜롬비아·칠레·그리스 잠수함 사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중동에서도 군함에 대한 니즈가 있어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주전에서 입증한 기술력과 빠른 납기 역량은 서둘러 해군 전력을 보강하려는 국가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화오션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해군의 성공적인 잠수함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에 최선을 다했지만 나토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수주 경쟁을 통해 확인된 과제들을 면밀히 분석해 확실한 대안을 강구하고 ‘K-해양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지=챗GPT)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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