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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K-OTC 건설사, '어닝 서프'에도 저평가
SK건설·동양건설산업, 이익 증가했어도 여전한 저평가
IPO·인수 등 호재 많지만…적은 거래량 취약점
2020-08-21 12:00:00 2020-08-23 13:52:02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증시에 상장된 건설사들이 상반기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장외시장의 건설사들이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에 비해 주가도 저평가돼 눈길을 끌지만 주식 거래가 매우 적어 투자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9일 상장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을 집계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코스피에 상장된 건설사들은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소폭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17.3%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개별실적 기준으로 연결실적으로 집계하면 순이익도 10.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16개 건설사들의 연결실적은, 매출이 7.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18.54%)과, 순이익(35.88%)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 건설사들과 중소형 건설사들의 살림살이가 달랐음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코스닥 건설사들보다 더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린 건설사들이 장외시장인 K-OTC에 있다. K-OTC 시장에 등록된 7개 건설사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6개 건설사 대부분이 상반기 좋은 성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서도 SK건설과 동양건설산업, 대우산업개발 등은 2019년 한해 실적에 버금가는 성적을 냈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평가되는 주가는 실적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OTC 건설사 중 덩치가 가장 큰 SK건설은 올해 상반기 2034억원의 영업이익과 192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 한해 영업이익 2710억원의 4분의 3에 해당한다. 게다가 이 수치는 개별실적으로 연결실적은 더욱 많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338억원이었다. 분기보고서에는 연결실적이 없지만 함께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대 중반까지 올라선 점도 긍정적이다.
 
이렇게 좋은 실적을 냈는데도 이날 오전 11시 K-OTC 시장에서의 시가총액은 833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꿈쩍 않던 주가가 이틀간 20% 가까이 오른 결과다.  
 
 
SK건설은 기업공개(IPO) 잠재 후보이기도 하다. 2018년 당시 상장을 추진하던 와중에 SK건설이 짓고 있던 라오스 댐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그 충격으로 IPO가 무기한 미뤄지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기업 실적도 큰 타격을 받았으나 이듬해 곧바로 정상궤도로 올라섰다. 
 
또한 SK건설은 이날 오전 국내 최대 종합환경플랫폼업체인 EMC홀딩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1조원 이상을 들여 경기민감도가 낮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폐기물·수처리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다.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며 성장동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SK바이오팜 상장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계열사를 상장시키려는 SK그룹의 의지는 충분하기 때문에 여건이 마련되면 언제든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오랜 기간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2015년 완전 자본잠식으로 주식시장에서 퇴출됐던 기업이 환골탈태했다. 
 
동양건설산업은 2018년 49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51억원으로 껑충 뛰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 벌써 14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944% 증가했다. 매출원가 감소 영향이 컸으나 반기 이익잉여금이 2238억원 쌓여 있는 상태이므로 재무구조는 크게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순이익은 424억원으로 더 많은데 하남파라곤에서 잡힌 지분법이익이 381억원 증가한 것이 직접적이다. 파라곤 아파트가 효자 노릇을 했다. 
 
실적이 대폭 증가했지만 시총은 500억원을 밑돌고 있다. 주식 거래가 거의 없어 의미 있는 가격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그럼에도 이것이 현재 동양건설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대우산업개발은 최근 두산건설 인수후보로 유명세를 떨쳤다. 증시에서 퇴출된 대우자동차판매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건설사가 자기보다 훨씬 큰 건설사를 인수한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으나 현재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우산업개발은 소규모 재건축, 재개발 사업 등을 수주하며 차곡차곡 이익을 쌓았고 내부에 쌓여 있던 결손금도 모두 털어냈다. 한때 시총을 넘어서는 이익을 기록해 저평가의 극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두산건설 인수 이슈로 서울 아파트 시장 진출 기대감이 불거지며 주가가 2배 이상 급등했는데도 여전히 실적에 비하면 저평가된 상태다.   
 
이밖에 신영건설도 상반기 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시총은 54억원에 불과하다. 다만 이종목도 전체 발행주식 87만주 중 82만주를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어 시장에서 거래가 없다.  
 
이처럼 K-OTC 종목 중엔 시장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이유로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들이 많다. 하지만 오상헬스케어나 아하정보통신처럼 저평가가 단번에 해소되는 일도 생긴다. 금고에 비상금을 숨겨놓은 마음으로 투자금의 일부를 이와 같은 저평가 종목에 장기간 묶어두는 것도 자산배분의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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