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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멸 위기 LCC)②대리운전·카드 돌려막기…생활고에 신음하는 직원들
이스타, 반년째 월급 '0원'…부실기업 낙인에 대출도 '막막'
출·퇴근 교통비도 부담…특수 직종 많아 이직도 사실상 불가
2020-08-10 06:01:08 2020-08-10 06:01:08
[뉴스토마토 김지영·최승원 기자] "생활고에 대리운전, 퀵서비스까지 뛰고 있습니다. 그래도 회사가 버텨준다면 남고 싶습니다."
 
코로나19에 무너져내린 회사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한숨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매각이 무산된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6개월째 텅텅 빈 월급봉투에 카드 돌려막기로 생활을 이어가는 직원도 많다. 생활고를 버티지 못하고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도 수두룩하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부터 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2월에는 40%를 지급했지만 3월부터는 한 푼도 주지 못하며 직원들은 지난 7월까지 6개월째 월급이 밀린 상황이다. 제주항공으로의 매각 무산 후 새 인수자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달 월급도 지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년째 밀린 월급에 직원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스타항공 일반직 직원인 A씨는 "모아뒀던 여유 자금을 생활비로 다 써버린 지 오래"라며 "매일 공사 현장을 가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마저도 자리가 잘 없다"고 말했다. 4인 가족의 가장인 그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최근 몇 개월 동안 낮에는 퀵서비스에 밤에는 대리운전까지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파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지난달 20일 '이스타 항공 인수 촉구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스타항공이 부실기업이 되며 생활비 마련을 위한 은행 대출도 쉽지 않다. A씨는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면서 이전에 졌던 대출에 대한 이자율마저 늘어났다"며 "가족에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항공업계 전체가 어려워지면서 이직도 녹록지 않다. 회사가 여력이 없어 지금 나가면 퇴직금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퇴사가 망설여지는 이유다. A씨는 "회사가 정상화만 된다면 체불임금을 포기할 생각도 있다"며 "회사가 버텨 예전처럼 운영된다면 남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도 생활비가 없어 몇 개월째 가족에게 손을 벌리는 처지다. 딸린 식구는 없지만 이스타항공이 무너지며 여자친구와의 결혼은 미뤄야 했다. B씨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다달이 20만원을 이자로 내야 하는데 이마저도 마련이 쉽지 않다"며 "항공사는 안정적인 직장이고 그래서 잘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으로 일해 왔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 종사자들의 경우 조종사, 정비사 등 특수 직종이 많아 전직도 쉽지 않다"며 "지금까지 쌓았던 경력과 관계없는 회사를 가게 되면 새롭게 시작하는 셈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한산한 제주항공 인천국제공항 카운터. 사진/제주항공
 
이 가운데 정비직 직원들과 일부 사무직 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는데도 출근하고 있다. 항공기는 꾸준히 보수하지 않으면 쉽게 망가지기 때문이다. 사무직 직원들의 경우 퇴사하는 직원들의 행정 처리 등을 하기 위해 출근한다. B씨는 "그나마 집에 있는 사람은 사정이 나은 것"이라며 "한 푼도 받지 못하면서 자비로 교통비를 부담하며 출근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089590)에서 근무하는 승무원 C씨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통상임금의 70%를 지급하기 때문에 이스타항공보다 상황은 낫지만 회사가 갑자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LCC들은 대부분 임금의 70%를 지급하고 있는데 8월이 되면 이마저도 끊긴다. LCC들은 정부가 지원금 지급을 연장하지 않으면 무급휴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C씨는 "정부가 고용지원금을 끊으면 9월부터 무급휴직에 돌입해야 한다"며 "무급으로 바뀐다면 각종 고정 지출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직원들이 심각하게 돈벌이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제주항공을 비롯해 정부의 고용지원금이 8월 중 끊긴 후 LCC 대부분은 무급휴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항공기를 띄우지 못해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가량으로 줄어 직원 월급을 지급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만약 정부가 추가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규모에 상관없이 대량 실업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최승원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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