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건설업계에 먹거리 기대감이 커졌다.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에만 13만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다. 일감난을 호소해온 건설업계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간 업계는 정비사업 규제로 서울에서 주택 먹거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건설사들은 일단 반가운 기색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발주 요건이 나와야 사업성을 따져볼 수 있다며 신중함도 내비쳤다.
5일 건설사 관계자들은 전날 발표한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이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반응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가 전반적으로 일감이 없는데 주택 공급이 늘면 건설사에는 호재”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당장 발주가 나오진 않더라도 기대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업계는 정부의 공급 대책을 먹거리 확보 기회라고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 용산 캠프킴,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등 부지를 활용해 서울에서 최소 1만82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외 과천 등 경기도에서도 택지를 확보하고,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용해 7만가구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3기 신도시에서도 용적률을 높여 2만가구를 확보한다.
그간 서울에서는 정비사업 규제가 심한 탓에 건설사들이 주택 먹거리를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수주 성과를 내기 위해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대형 건설사들도 지방으로 내려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발주 자체가 귀해진 상황에서 대형사에 밀리는 중견 건설사들도 수주 경쟁에 치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공급 가능성이 확실한 정부 주도의 택지 발굴 물량은 건설사에 수주 기회가 될 수 있다. 더불어 3기 신도시의 용적률 상향도 이 일대에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에는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업계뿐 아니라 주식 시장에서도 정부의 공급 대책을 호재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책이 나온 4일 종가 기준 건설사들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강세다. GS건설은 3일 종가 2만6500원에서 4일 종가 2만8250원으로 6% 뛰었고 대우건설도 3480원에서 3655원으로 5% 상승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 역시 각각 4.4%, 4.2% 올랐다.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의 건설업종 대표종목으로 구성된 KRX건설지수도 487.58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3.1% 상승했다.
다만 건설사들은 이번 공급 계획이 실제로 수익성 좋은 일감이 될지 발주가 나올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함도 내비치고 있다. 이제 막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수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다 공공참여형 정비사업에서 조합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미지수다. 3기 신도시의 경우도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참여 물량 중 절반을 기본주택으로 내놓는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건설사의 분양 수익이 낮아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 발주 물량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서울내 자치구에서도 반발이 나오는 등 공급 대책이 제대로 실행될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실제 발주가 나와야 건설사에 괜찮은 일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정부과천청사 너머에 위치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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