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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 없습니다" 한 마디 두고 대법관 12명 '격론'
다수의견 "표현의 자유 보호"vs소수의견 "선거현실 직시해야"
2020-07-16 17:55:06 2020-07-16 17:55:0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유력 여권 대선주자로 급부상 한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 끌고 온 것은 "그렇습니다." 한마디 였다. 
 
이 지사는 2018년 5월29일 KBS가 주최한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보건소장 통해서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이 한마디에는 이 지사가 친형을 입원시킨 것이 사실인지, 입원시키기 위해 직권을 남용했는지 등 적지 않은 의미가 들어 있다. 1, 2심은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시가 친형을 입원시켰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주재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 의견은 "비록 피고인이 이재선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 진행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발언을 했더라도,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을 넘어서서 곧바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하였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국가기관이 토론과정의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해 그 발언이 이루어진 배경이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등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이로써 후보자 토론회의 의미가 몰각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상옥 대법관 등 유죄의견을 낸 5명은 "헌법상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대의민주주의의 기능과 선거의 공정, 후보자간의 실질적 평등 등 선거제도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아울러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예상하지 못하거나 유권자들이 알지 못하는 주제가 즉흥적·돌발적으로 논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선거현실"이라면서 "김영환 후보의 질문도 포괄적이거나 즉흥적·돌발적인 것이 아니었고, 피고인도 그 답변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이 판결은 형벌법규 엄격해석의 원칙,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 후보자 토론회의 기능과 특성 등을 모두 고려한 판결"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에서 한 발언 중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할 수 있게됐다"고 설명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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