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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반도체주 투자, 해외로 눈 돌려라
SK하이닉스 저평가지만 투자자 관심은 2배 뛴 ‘SMIC’로
파운드리 ‘DB하이텍’ 실적·주가 괜찮아
2020-07-16 13:00:00 2020-07-16 13: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여전히 횡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어닝서프라이즈도 추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반면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반도체 업체 SMIC의 주가는 한 달 사이 2배 이상 오르며 불을 뿜고 있다. 반도체 업종 안에서도 종목별로 주가 온도차가 큰 만큼 국내와 해외증시를 가릴 것 없이 가장 유망한 종목을 골라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7일 2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8.1조의 영업이익으로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깜짝 실적 발표도 주가에는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발생한 1.1조원의 일회성 이익을 제외할 경우 시장의 추정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분석 때문이다. 나머지 실적도 무선과 가전사업의 출하량이 예상치를 웃돈 것과 마케팅 비용을 줄인 효과였다. 
 
<출처: 메리츠증권>
 
시장에서는 반도체 사업부문이 바닥을 찍고 돌아서길 기대하고 있으나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상반기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버D램 가격에 대한 우려가 커서 3분기 매출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개선돼야 메모리 수요가 회복되며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업황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어서 SK하이닉스(000660)에 대한 전망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뉴딜에 대한 기대감도 반도체 업체들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미미한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시장 확대에 따른 PC 및 반도체 관련 부품의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글로벌 수급 상황을 변화시킬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디지털 뉴딜 관련 수혜는 5G, Wi-Fi”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반도체기업 두 곳이 좀처럼 상승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부 해외기업들은 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메모리 분야가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시스템 반도체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다.
 
 
시스템 반도체의 강자 엔비디아(NVDA)를 비롯해 맥심인티그레이티드(MXIM),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 대만의 팹리스업체 미디어텍 등이 좋은 성과를 기록 중이다. 
 
다만 중앙처리장치(CPU)로 유명한 인텔, AMD 등의 주가 상승률이 부진한 것이 눈에 띈다. 이들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 발생한 탓이다. 애플은 인텔의 CPU 대신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해 컴퓨터를 내놓겠다고 선언했고, 구글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독자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과 알리바바도 독자 칩을 개발 중이다.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의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지형도 변화는 파운드리 분야가 더욱 극적이다. 최근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 SMIC 주가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SMIC는 6월1일 18.18홍콩달러로 마감했으나 한 달여가 지난 7월6일에는 40홍콩달러를 넘어서며 2배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15일 장중에는 44.8홍콩달러까지 치솟았으나 급등에 따른 가파른 조정으로 16일엔 30홍콩달러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SMIC는 중국 국영기업으로 글로벌 5위권 파운드리 업체로, 홍콩에 이어 상하이증시의 쿼창판(스타마켓)에도 상장한다는 소식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SMIC는 이번 공모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530억위안(약 9조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 주식을 싱가포르투자청(GIC), 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 국부펀드가 나서서 사들일 예정이라고 알려지면서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 
 
단기간의 주가 급등으로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00배를 넘어섰다. 내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배 수준에 불과하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엄청나게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주가가 뛴 것은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뒷배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단기간에 이익이 급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SMIC를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중이다. 대만의 파운드리 공룡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반도체 업종에 속해 있어도 삼성전자와는 다른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는 종목들이 많다. 실적과 전망도 다르다. 주식투자를 하는 데 꼭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일 필요는 없다. 차라리 파운드리 사업을 하는 DB하이텍(000990)이 지금 기준에서는 두 종목보다 매력적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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