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사모펀드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
입력 : 2020-07-15 06:00:00 수정 : 2020-07-15 06:00:00
금융당국이 쉬지 않고 바쁘다. 사모펀드나 운용사와 관련된 금융사고가 끝없이 터지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잊을 만하면 새로운 사고가 일어난다.
 
지난해 DLF 사건과 라임펀드에 이어 올해는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또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으고는 실제로는 대부업체 등이 발행한 부실 사모사채에 돈을 넣은 것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펀드 설정잔액 5355억원의 절반가량이 이렇게 엉뚱한 곳에 흘러들어갔다. 투자자를 속인 사기행각이나 다름없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부산하게 움직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임시회의를 열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영업을 6개월 동안 정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1만304개에 이르는 전체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233개의 사모운용사와 판매사 등에 대한 전수점검과 현장검사를 벌인다는 것이다.
 
오늘날 웬만한 사안은 표본조사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비해 전수조사는 사실 수공업적이다. 능률적인 일처리와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금융소비자를 속여먹는 사고가 하도 자주 일어나기에 금융당국이 꺼내든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이같은 비효율적인 방책을 동원한 것은 반대로 평소에 소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일을 나른하고 애매하게 처리한 결과라는 것이다. 진실로 평소에 성실하고 분명했다면 뒤늦게 비효율적인 처방을 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럴 일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52개 전문사모운용사의 1786개 사모펀드를 조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운용의 만기 불일치 등 이상 징후가 파악됐다. 그때 바로 현장검사에 나서야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환매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이었다는 것이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설명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금감원도 당시 의심되는 부분을 들여다볼 계획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현장 검사를 미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금융감독원을 대신해 변명한 셈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는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 및 농협은행의 증권신고서 미제출에 대한 제재를 논의했다. 논의 결과 이들 3개 금융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과징금을 대폭 삭감했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의 과징금은 57억8540만원에서 10억원으로 감액됐고, 아람자산운용도 65억76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삭감됐다. 농협은행의 경우 105억2140만원에서 20억원으로 무려 85억원이나 줄었다. 금융위원회의 측은지심이 참으로 깊도다!
 
그러나 이러한 온정적이고 애매한 대처로는 금융사고를 근절하기 어렵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이 법치경제의 기본원칙이다.
 
잇단 사모펀드 사고의 저변에는 잘못된 규제 완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테면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은 지난달 25일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금융 사기 행각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추진한 '묻지마'식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부른 정책 실패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옳은 지적이라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제도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제도에 허점이 많으면 계속 지적해야 한다. 개선책도 마련돼야 한다. 동시에 그럴수록 금융당국은 더욱 치열하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과 기업 구조조정이나 사업구조 개선 등을 위해 사모펀드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럴 때 신뢰를 갉아먹는 사고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사의 전반적인 신뢰까지 추락하고 있다.
 
최근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강화로 홍콩 금융사들이 점차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 이들 홍콩 금융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도 시도할 만하다. 잘만 하면 한국 정부와 금융계가 염원해 온 '아시아금융허브'를 실현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금융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신뢰가 낮으면 금융사 경쟁력도 향상되기 어렵고, 시장의 건전한 발전도 어렵다.
 
이제 사모펀드의 제도부터 감독까지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재설계해야 하겠다. 특히 신뢰를 높일 혁신이 시급하다. 가짜 혁신이 아니고 진정한 혁신이 필요하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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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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