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파기환송심 10년 감형, 강요죄·직권남용·나이 영향
법원 "요구 안 따르면 해악 있을 거란 인식 없어…의무 없는 일도 증명 안 돼"
입력 : 2020-07-12 06:00:00 수정 : 2020-07-12 11:01:58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기환송심에서 10년 대폭 감형받았다. 지난해 국정원 사건에서 항소심이 무죄로 봤던 일부 혐의를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형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뒤집혔다. 대법원의 강요죄 무죄 및 직권남용 일부무죄 판단과 고령의 나이 등을 감안한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석준)는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로 징역 15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5년 총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35억원을 명령했다. 파기환송 전 항소심이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한 점을 비춰보면 10년이 감형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형량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강요죄 무죄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라면서 "협박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해야 성립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과 공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강요 혐의를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9건과 관련한 강요죄를 무죄로 뒤집었다. 9건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 요구 △현대자동차그룹에 케이디코퍼레이션 납품 요구 △현대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발주 요구 △KT에 플레이그라운드 광고대행사 선정 요구 △롯데그룹에 케이스포츠재단 70억원 지원 요구 △삼성그룹에 영재센터 후원 요구 등이다. 9건 중 3건은 전부 무죄로 뒤집혔고, 6건은 일부 무죄로 바뀌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요구는 대기업 회장 등을 만나 국가·정부 정책 등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목적으로 마련된 면담 자리에서 이뤄졌는데, 당시 상대방에게 그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고 평가할 만한 언동의 내용과 경위 등에 관한 사정이 나타나있지 않다"고 적었다.
 
앞서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최씨도 강요죄가 무죄로 판단돼 파기환송 전 항소심보다 징역 2년이 감형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대로 강요죄를 무죄로 본 점이 형량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씨와는 강요죄와 관련한 혐의 개수가 차이가 났기 때문에 감형에도 차이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취득한 이득액은 거의없고 롯데로부터 받은 70억원은 반환됐다'고 했는데 강요죄에서 이득액 판단도 중요한 요소"라고 풀이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가 일부 무죄로 판단된 점도 감형 요소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상고심에서 "직권남용은 단순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거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고 엄격한 해석을 내놨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에 따라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 중 문예기금 지원 원심의 등 부당개입과 영화, 도서 관련 지원배제 혐의를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체부 공무원 요청으로 직원들이 책임심의위원 후보자 명단을 송부한 행위, 세종도서 사업 신청자 명단을 송부한 행위 등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박 대통령의 고령도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구속됐고, 기존에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확정 판결이 난 징역 2년에 이날 선고된 징역 20년을 더 하면2039년 4월에 출소할 수 있다. 올해 68세인 박 전 대통령은 만기 출소할 경우 87세에 풀려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판결에서 선고하는 형이 그대로 집행된다고 볼 경우 집행된 형이 예정된 시점에서의 피고인의 나이를 고려했다"고 언급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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