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누구나 가슴 속에 품은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상처를 극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이 상처를 극복해 치유하지 못한다. 영화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영화다. 전설적인 CCM 밴드 ‘머시미’의 리드 보컬 바트 밀라드의 인생을 담은 영화이기에 더욱 무교이거나, 타 종교인이 보기에는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허나, 종교 영화가 주는 선입견을 내려 놓은 채 바트라는 인물이 어떻게 상처를 극복 했는지에 집중한다면 더 많은 감동을 주는 영화다.
영화의 제목이자 바트가 작곡한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천국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만든 곡이다. 이 곡으로 머시미는 2009년 빌보드 CCM 부문 최고 가수로 선정됐으며 전체 음반 판매량 1000만 장을 기록하며 정상급 뮤지션으로 성장하게 된다. 2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링 명곡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0분만에 완성된 곡으로 알려진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은 바트 밀라드의 인생이 담겨 있는 곡으로도 유명하다.
아이 캔 온리 이매진. 사진/콘텐츠 다봄
영화는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이 어떻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를 바트 밀라드의 유년 시절부터 쫓는다. 어린 시절 바트(J. 마이클 핀리 분)는 거친 성향의 아버지 아서(데니스 퀘이드 분)에게 학대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언제나 괴물이었다.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엄마 아델(타냐 클락 분)은 어느 날 바트에게 교회 캠프를 가자고 한다. 바트는 교회 캠프에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처음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허나, 교회 캠프를 다녀 온 뒤 엄마 아델은 짐을 싸 떠나버렸다. 이로 인해 바트는 좌절을 한다.
집에 아버지와 단 둘이 남게 된 바트는 미식축구 선수였던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미식축구를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부상으로 인해 꿈이 좌절된다. 이후 졸업을 위해 합창단에 들어간 바트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 덕분에 뮤지션의 꿈을 키우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꿈이 좌절된 상처를 가진 아서는 아들이 꿈을 쫓는 모습에 “꿈을 쫓다 보면 현실을 보지 못하게 된다”며 바트가 재능이 없다고 독한 말만을 뱉는다.
아이 캔 온리 이매진. 사진/콘텐츠 다봄
부모의 학대, 혹은 학교의 왕따, 혹은 부모의 부정적인 평가는 유년 시절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바트 역시도 아서의 학대와 모진 말들이 상처로 남았다. 이로 인해 바트는 자신의 음악이 모진 평가를 받자 아서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모든 걸 포기하려고 한다. 이 영화가 종교 영화이기도 하지만 부모가 같이 보면 더 좋을 영화인 이유다. 자식을 위해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독한 말들이 자녀들에게 어떤 상처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좋은 멘토가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키는 지도 보여준다. 모든 걸 포기하려는 바트에게는 매니저 브리켈(트레이스 에드킨스 분)이라는 좋은 멘토가 있었다. 그는 바트의 상처를 알게 되자 내면의 상처를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시키라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 상처와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신뢰를 줬기 때문에 믿는다면서 음악을 그만두지 말라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한다. 브리켈의 진심 어린 조언은 바트를 움직이게 했다. 미국 전역을 떠돌며 아버지를 떠난 바트는 다시 아버지의 집을 찾는다. 영화는 이후 재회한 바트와 아서를 통해서 진정한 용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마음을 울리는 음악과 회복하기 어려웠던 가족 간의 오랜 상처와 간극을 치유하는 감동 스토리는 최근 아동학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한국 사회의 상황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상처 받은 아이들이 어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지, 또한 그들이 치유되기 위해서 얼마나 스스로 큰 용기가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은 종교 영화다. 그러면서도 학대 받은 아이가 상처를 이겨내고 성장하는 성장기를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아이 캔 온리 이매진. 사진/콘텐츠 다봄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