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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국 '무임승차'에 뿔난 사우디…OPEC+ '삐걱'
이라크 합의 이행률 42%…사우디 "자발적 감산 안 한다"
2020-06-09 15:54:45 2020-06-09 15:54:45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산유국들이 유가 안정을 위해 합의에 따라 감산 중인 가운데 일부 국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산유국 간 갈등이 커지면서 원유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나라들을 대상으로 배상을 요구하겠다고 나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한 감산 합의를 가장 심하게 어긴 네 나라는 이라크, 나이지리아, 앙골라, 카자흐스탄이었다. 이 중 이라크는 기존 합의 감산량의 42% 수준만을 이행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도중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OPEC+ 회원국들의 전체 합의 이행률은 약 77%다. 사우디 등 거대 산유국들이 기존 합의량보다 더 많은 양을 줄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수 회원국이 합의대로 감산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사우디는 "감산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회원국에 배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OPEC+는 최근 6월까지 예정됐던 감산 합의 이행을 다음 달까지 한 달 연장하며 원유 공급 안정을 이끌었지만, 사우디가 '자발적 감산' 중단을 선언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사우디는 지난 5월부터 감산 합의와 별도로 하루 118만배럴가량을 자발적으로 감산해왔는데, 이를 다음 달부터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전 거래일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 소식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7%(2.14달러) 오르며 40달러 선 직전까지 올랐지만 8일(현지 시간)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 중단 소식에 3.4% 급락한 것이다. 거래일 기준 하루 만에 WTI 가격은 9%p 넘게 떨어졌다.
 
이라크와 나이지리아 등 합의 이행률이 저조했던 OPEC+ 회원국들은 사우디의 강수에 잇따라 해명을 내놨다. 이라크 석유부는 "경제적·기술적 문제와 외국 에너지회사와의 계약 이행, 쿠르드 정부와 협상 지연 때문에 감산 합의를 그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나이지리아 석유부도 "감산 합의를 지키겠다"며 "5, 6월에 지키지 못한 감산 할당량을 다음 달부터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유가 회복세가 주춤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걱정도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까지의 유가 반등세 속에서조차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대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정유사 수익의 지표인 정제마진은 12주째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유국들의 공급 조절 조치도 정제마진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수요가 회복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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