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국책은행들 올해 적자 유력" 부실기업 지원 늘어난 탓
떠안은 부실기업 신용등급 하락…3차 추경에도 공급액 턱없이 부족
2020-06-07 12:00:00 2020-06-07 12: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올해 국책은행 실적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따라 두산중공업·아시아나항공 등 부실기업 지원을 잇따라 떠맡으면서 구조조정 선봉장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모두 실적 부진을 면치 못 할 것이란 게 업계 견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은행들은 잇따른 부실기업 지원에 실적 악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올해 적자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며 "수익을 얻는 본연의 업무는 줄어드는 가운데 부실기업 지원 비중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산은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수은은 같은 기간 적자는 아니지만 최근 여신 집행 실적이 전년대비 50% 증가한 상황이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책은행들은 현재 코로나 사태에 어려움을 겪는 위기기업에 수십조원을 지원 중이다. 중소·중견기업 대출, 증시·회사채시장안정, 대기업 등 기간산업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이외에 코로나 이전부터 어려웠던 쌍용차까지 지원을 검토 중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발 위기기업을 위해 총 175조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모든기업을 지원할수 있는 자금여력이다.
 
문제는 국책은행들이 떠안는 부실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신용등급이 하락 추세에 놓였다는 점이다. 현재 신용평가사들은 두산중공업과 자회사들의 신용등급을 이미 내리거나 하향조정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ABS 신용등급도 각각 A→A-, BBB+에서 BBB로 낮췄다. 국책은행들은 부실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면 회계적으로 상당부분 충당금을 쌓도록 돼있다.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향하면 국책은행의 법적 충당금도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적자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수은은 최근 여신집행 실적이 전년대비 50% 증가한 상태다. 해외수출 기업 지원 등 기존업무에 대한 여신이 아닌, 부실기업 여신이 급증해서다. 이러한 여신잔액은 기업들의 신용등급하락으로 부실채권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수은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000억원이다. 아직 적자는 아니지만, 올해 적자가 나올 가능성이 클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산은은 이미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4007억원이다. 작년 1분기(2006억원)에서 6952억원 줄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감소하고 있다. 최근 산은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33%다. 작년말보다 0.64%포인트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산은의 BIS 비율이 1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은도 마찬가지다. 수은의 최근 BIS비율은 13%초반대다. 작년 말 기준 14.48%에서 크게 하락했다.
 
다만 국책은행들은 보유한 기업지분의 주가에 따라 실적이 일부 움직일 여지는 남아 있다. 항공산업·발전산업 주가가 반등하면 국책은행의 재정상황도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부실이 만연한 기업들의 사업재편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부실했던 쌍용차를 국책은행이 떠안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나아항공이 HDC현산에 매각되지 못할시 국책은행이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가에 따라 실적이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그럼에도 올해 실적이 전년보다 어려워진다는 것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3차 추경을 통해 정책금융기관에 5조3000억원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업계에서는 부족한 규모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3차 추경이 국책은행을 만족하게 해주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지금 정부는 되는 만큼 국책은행이 먼저 금융지원을 하고 나중에 자본 확충을 해준다는 약속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 예정인 제3차 추경예산안 중 금융위 관련 사업을 총 4조7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코로나 관련 위기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긴급자금공급 지원을 위해 약 1조5000억원, 주력산업·기업에 대한 긴급 유동성에도 3조원 등을 마련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한 기간산업안정기금운용상의회 위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DB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간산업안정기금 출범식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