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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차입공매도 자제조치에 증권업계 '속앓이'
업계 "기관공매도 물량, 시장유동성 공급에 유용한 측면도 살펴야"
2020-03-20 01:00:00 2020-03-20 01: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금지한 뒤 기관공매도 대금이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시장조성자 뿐 아니라 유동성공급자에 대해서도 매도자제를 요청하며 공매도 물량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가 강조하는 '시장안정성'을 이해하면서도 유동성 공급이 훼손될까 우려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3일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19일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포털에 따르면 공매도가 전면금지된 16일부터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각각 4408억원, 247억원, 276억원을 기록했다. 공매도가 전면금지된 16일에도 기관공매도 대금이 4000억원대에 달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시장조성자에 대한 공매도까지 금지하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금융당국 역시 기관 공매도 규모가 드러나자 당혹스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공매도 금지가 시행됐을 때에는 시장조성자에 대한 공매도 금지 여론은 없었다고 한 당국자는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오픈되지 않았던 (기관 공매도)숫자가 공매도 전면금지로 인해 드러나게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거래소는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에게 시장영향을 고려해 최소한의 수준에서만 매도호가를 제시하도록 조치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빈번하게 매도호가가 제시되면 그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될 우려가 있어 시장조성자에게 매도호가 제출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차입공매도하는 경우에 시장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공매도 자제를 요청한다는 것이 공문의 골자였다. 의무호가 제출시한과 괴리율, 호가수량 등의 유동성공급자 의무요건을 완화하고, 공매도 자제에 따른 의무이행 판단, 평가 등에서 유동성공급자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때부터 시장조성자 및 유동성공급자들은 매도가 주문을 자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유동성공급자(증권사) 관계자는 "기관 차입공매도를 두면 하락속도가 빨라질까봐 (자제를)요구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매도호가 자제요구로) 유동성이 줄어들어 오히려 하락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에서는 자제해 달라고 하지만 실제로 매도가를 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차입공매도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공매도 자체를 죄악시 하는 분위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다른 방향으로 (정책이)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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