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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공천 반발에 잇따른 무소속 출마 선언…지지층 표 분산 우려
민병두·문석균·오제세 등 '탈당 후 무소속 출마'…곤혹스런 민주 "영구 제명" 초강수
2020-03-17 14:50:29 2020-03-17 14:50:29
[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컷 오프(공천 배제)된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선언과 반발이 잇따르면서 공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경선 없이 컷 오프된 현역 의원과 예비 후보들이 탈당을 해서라도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나서자, 민주당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영구 제명한다고 밝히며 단속에 들어갔다. 공천 배제 결정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에 나서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소속 후보로 인해 여권의 표가 분산되면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당 내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사진/ 뉴시스
 
서울 동대문을 현역으로 컷 오프 된 민병두 의원은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 의지를 밝혔다. 민 의원은 지난 16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주민 공천 후보가 되려면 300∼500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탈당은 이번 주 내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거법상 늦어도 20일 전에는 탈당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 중 당적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 공천에 대해선 "미래통합당은 청년 벨트라고 해서 7군데를 선정했는데, 민주당은 청년 공천은 거의 없는 게 아니냐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까 몰려서 청년 벨트라고 하는 명분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총선을) 한 달 남겨 놓고 보수적인 동대문을에 청년 벨트를 선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5일 과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논란으로 정밀 심사 대상에 오른 민 의원을 동대문을에서 컷 오프했다. 민주당은 해당 지역구를 장경태 청년위원장과 김현지 선거대책위원회 코로나 대책 부단장 간 경선 구도로 결정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인 문석균 씨도 전날 민주당을 탈당, 결국 경기 의정부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문 씨는 민주당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가 당 안팎에서 '지역구 세습' 비판이 일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영입 인재인 오영환 전 소방관을 전략 공천하자 지역위원회가 크게 반발하며 당직을 대거 내려놓았다. 의정부갑 지역에서 전략 공천을 받은 오 후보로는 보수 색깔이 짙은 지역구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 문 씨도 무소속 출마로 뜻을 굳힌 것이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공천이 결정된 강원 원주갑에서는 권성중 전 원주갑 지역위원장이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며 충북 청주 서원 현역으로 컷 오프된 오제세 의원 역시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청주 서원은 이장섭 전 충북도 정무부지사가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영입 인재인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 판사를 전략 공천하기로 한 서울 금천구에서도 무소속 출마자가 나왔다. 금천구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차 전 구청장은 그는 "당의 전략 공천은 소수가 국민의 주권을 빼앗은 것"이라며 "제 출마는 민주당을 저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정신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당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무소속 출마 사례가 잇따르자, 민주당은 공천 갈등이 표 상실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아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하는 후보자들을 영구 제명하기로 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당 고위 전략 회의 결정 사항이라며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복당 불허' 방침을 알렸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당에서 총선 출마 준비를 하다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영구적으로 제명할 것"이라며 "호남에서 다른 당 또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민주당으로 입당이나 복당하겠다며 선거 운동하는 사례가 있는데 모두 불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소속 출마 인사에 대해 '초강수'를 두는 것은 당 후보가 본선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지도부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후보들이 각 지역구에서 원활하게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당 지도부가 내린 결론이다. 이 방침대로라면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도 복당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이 대표의 과거 탈당 전력이 거론되면서 당 내 공천 잡음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도 2016년 총선 때 공천 배제 결정에 불복,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당선돼 5개월 만에 복당한 바 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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