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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더 개방 대안 찾겠다던 민관협의체 '골머리'
이달 활동 종료 불구 '묘수' 찾지 못해…'빈 손 마무리' 비판 제기 가능성도
2019-08-06 06:00:00 2019-08-06 06:00: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철강업계의 고로(용광로) 안전밸브(브리더) 개방 관련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구성된 정부 주도의 민관협의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달 말 약 3개월 동안의 활동을 종료하지만 현재까지는 사태 해결을 위한 묘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리더 개방 대안은 업계가 초미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여서 자칫 '빈 손'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환경부, 지자체, 포스코, 현대제철, 시민단체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고로 브리더 관련 민관협의체가 발족됐다. 협의체는 △고로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및 배출량 파악 △해외 제철소 운영 현황 조사 △오염물질 저감 방안·제도 개선 등에 나섰다. 
 
현재는 해외 제철소 고로 운영 현황에 대해 파악 중이다. 협의체 일부 구성원들은 지난달 미국 일리노이주 아르셀로미탈 제철소를 방문했다. 해외 제철소의 고로 작업과 브리더 개방 방식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서다. 또 제철소뿐만 아니라 일리노이주 환경청(EPA)에도 방문해 브리더 관련 법적 제도에 대해 점검했다. 
 
협의체 관계자는 "기본적인 고로 구조는 비슷하지만 관리나 운영방식, 기술 등 세부적으로 다른 점도 있었다"면서 "다만 단순히 다른 점만 두고 비교하기에는 제철소 입지조건, 제도 등이 다르고 관리 방법도 차이가 있어 미국 제철소 하나만 보고 단정 짓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드론을 띄워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3고로 브리더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했다. 사진/뉴시스 
 
철강업계는 당초 브리더 개방 외, 다른 대안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로는 소결광(철광석)과 코크스(유연탄)를 연속적으로 투입하고 하부에서는 고온·고압의 바람(1200도·4.0bar)을 불어 넣어 쇳물을 만드는 공정이다. 고로는 가동을 시작하면 대략 15~20년간 쉬지 않고 쇳물을 생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분진을 모두 회수해 발전연료로 재활용하거나 폐기처리한다. 하지만 두달에 한번씩은 점검·정비를 위해 고온고압의 바람을 멈춘다. 이를 휴풍이라고 한다. 이때 외부 공기가 고로 내부로 유입되면서 자연가스와 반응, 폭발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고로 상부에 위치한 브리더가 개방하게 된다. 업계는 브리더 개방은 안전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절차라며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제철소 탐방에도 브리더 개방 외에 별다른 대체 방안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해외 사례 등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당장은 기술적으로 브리더 개방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우선 민관협의체는 오는 8일, 지난달 방문한 아르셀로미탈 제철소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아직까지 일정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제철소 방문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능한 다양한 제철소 운영 사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환경부는 이달까지 민관협의체를 운영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8월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수십년간 이어온 브리더 개방 외에 새로운 대체 방안을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 해외 사례를 적극 검토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8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면서 "고로 관련해 발족한 민관협의체이기 때문에 계속 끌고가는 것도 무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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