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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신현성 테라 대표 "3년 내 아시아 대표 결제서비스 될 것"
티몬 거친 1세대 스타트업 창업자…"블록체인 기반 종합 금융 플랫폼 목표"
신용 대출·고이율 예금 상품 출시…"정부, 혁신 위해 블록체인 기술 육성해야"
2019-07-30 08:00:00 2019-07-30 0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카드나 현금 없이도 장을 보고, 결제하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미 스마트 폰 하나로 간편 결제가 가능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출시돼 있는 데다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결제시스템도 지원되고 있어서다. 바야흐로 ‘현금 없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여기에 지폐나 수표, 신용카드 등 기존 결제 방식을 대체할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에 지각변동도 예고되고 있다.
 
실물이 없는 가상의 암호화폐가 법정통화를 대체할 수 있을까?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테라(Terra)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와 전통 금융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이커머스 매개체를 넘어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신현성 테라 공동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테라는 이커머스를 넘어 송금·환전·대출·보험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금융 상품에 적용될 것"이라며 "3년 안에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결제 서비스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현성 테라 공동대표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종합 금융서비스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나섰다. 사진/테라
 
암호화폐 가격 안정화(Stablecoin)·4500만명의 사용자·36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신현성 티몬(TMON)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이끄는 블록체인 핀테크기업 테라(Terra)가 거둔 성과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테라는 메인넷(Mainnet) 출시 전인 작년 8월 바이낸스 랩·폴리체인 캐피탈·OKEx·후오비 캐피탈·해시드 등 국내·외 주요 투자사로부터 3200만달러(한화 약 360억원) 규모의 시드 펀딩(seed funding)을 유치하며 블록체인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이 300만원대까지 추락하는 등 좋지 않았던 상황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낸 것이다.
 
테라, 국경 없는 화폐·포인트 교환 네트워크…"블록체인, 실생활에 주는 가치 상당해"
 
테라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을 다양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제공하는 기업으로, 1세대 소셜커머스 티몬을 내놨던 신 대표와 마이크로소프트 및 애플의 소프트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대표가 공동 창립하며 눈길을 모았다.
 
지난 2017년 티몬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신 대표는 스타트업 지주회사 ‘패스트 트랙 아시아(Fast Track Asia)’ 등을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던 중 실생활 속에서 가치를 가지는 ‘블록체인’ 기술에 흥미를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는 "티몬에서도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뤘지만 글로벌 시장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면서 "블록체인의 경우 기술 자체가 글로벌하고, 경계가 없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나아가 실생활에서 직접적인 가치를 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상당히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그 일환으로 탄생한 테라는 모바일 결제 및 국경 없는 화폐·포인트 교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종합 금융 플랫폼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신 대표는 특히 과거 티몬을 운영했던 경험에 비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지불·결제 플랫폼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가 결제시스템(PG) 수수료"라며 "티몬의 경우 연 700~800억원 수준의 거래 수수료를 내고 있는데, 만약 신뢰와 보안에 필요한 여러 정책과 중간 과정을 블록체인 기술로 보완하고 간소화해 비용은 낮추면서도 '기존 대비 보안·속도·편의성을 월등하게 높인 결제 시스템이 있다면 어떨까'하는 고민에서 테라 프로젝트가 출발했다"고 부연했다.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잘 구현한다면 티몬 등 전자상거래 사업자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현금사용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도 테라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테라는 아태지역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들로 구성된 테라 얼라이언스(Terra Alliance)를 통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테라 얼라이언스에는 한국의 티몬과 배달의민족, 글로벌 쇼핑 플랫폼 큐텐(Qoo10), 동남아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캐러셀(Carousell), 베트남의 티키(TIKI) 등이 포함돼 있으며, 현재 연 거래액은 250억달러(28조625억원)며 가입 고객만 4500만명에 달한다.
 
지난 5월 을지로 IBK파이낸스타워에서 김경수 기업은행 혁신R&D센터장과 신현성 테라 공동대표(왼쪽)가 '블록체인 기술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스테이블코인 중심 '토큰 이코노미'·테라 얼리이언스가 강점
 
신 대표는 테라의 경쟁력으로 "암호화폐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토큰 이코노미 설계와 함께 아시아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이 참여한 테라 얼라이언스의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면서 "많은 스테이블코인(Stablecoin·가치안정화폐)이 등장하고 있지만 테라는 탄탄한 시장 진입 전략과 코인의 분명한 사용처를 확보한 프로젝트기에 두드러진다"고 피력했다.
 
지난 4월 출시된 메인넷 '콜럼버스' 또한 원화와 미국 달러, 엔화, 싱가포르 달러, IMF 특별인출권(SDR) 등 각 법정 화폐에 페깅(pegging)된 멀티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한다. 각 스테이블코인 간 원활한 자본 흐름을 통해 여러 지역에서 사용되는 테라 코인들을 단일 거시 경제로 통합하고, 외환 및 국가 간 결제 효율성을 높인다는 의미다.
 
신 대표는 "태국에서 고객이 들어오면 ‘바트’로 표시되고 베트남에서 들어오면 베트남 ‘동’으로 표시된다"며 "모든 결제가 플랫폼이 원하는 법정화폐로 정산되는 진정한 글로벌 결제 솔루션을 지향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현재 아태지역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테라 얼라이언스를 강화해나가고 있지만 향후에는 글로벌 결제 수단으로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알리페이와 페이팔이 각각 타오바오와 이베이라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등에 업고 성공했듯, 테라도 아시아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구성된 테라 얼라이언스를 통해 성공을 확신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테라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는 거래량이며, 이 지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테라 얼라이언스가 확장돼야 한다"면서 "2022년까지 테라 얼라이언스의 연간 거래액을 1500억달러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롤모델로는 알리페이로 고객을 모은 후 세계적인 디지털 은행으로 발전한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을 지목했다.
 
'디지털은행' 앤트파이낸셜 벤치마킹…"송금·환전·대출 등에 테라 적용"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시스템 위에 가격변동성이 낮은 스테이블코인인 ‘테라’와 테라 가치를 담보하는 마이닝 토큰 루나(LUNA)를 활용해 종합 금융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신 대표는 "테라는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과 채택 문제점 모두를 해결해가고 있으며, 이는 블록체인상에서 현대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테라의 응용 범위는 매우 폭넓다"면서 "테라의 비전은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이커머스 매개체로 자리매김함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테라는 최근 암호화폐 담보 대출 서비스 기업 넥소(Nexo)와 아시아 예대금 시장 확대를 위한 파트너십도 맺었다.
 
넥소는 테라를 즉시(instant) 신용 대출 서비스 담보 옵션에 편입하며, 테라 예치 고객에게 최대 8% 고이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즉 테라 보유자는 넥소를 통해 테라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예치하면 최대 8% 이자 수익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6월에는 간편결제 앱 '차이(CHAI)'도 내놨다. 티몬과 온라인 핸드메이드 마켓 '아이디어스(idus)'에 활용되는 차이는 출시 후 40일간 가입자 수(users) 24만명과 일 거래액 약 10억을 넘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테라는 차이 앱과 테라 얼라이언스(Terra Alliance)와의 연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 야놀자, 배달의민족 등의 플랫폼에 차이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기업은행과 블록체인 기술 공동연구를 통한 블록체인 기반 사업모델 개발 및 실용화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으며, 카카오모빌리티와 블록체인 기반의 모빌리티 사업 모델도 구축하기로 손을 잡았다.
 
신 대표는 "이커머스 결제 시장의 잠재력은 무한하다"며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핀테크 시장도 결제 서비스가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테라는 이커머스를 넘어 송금·환전·대출·보험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금융 상품에 적용될 것"이라며 "앞으로 3년 안에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결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보의 규제 정책에 대해선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신 대표는 "블록체인 분야는 위험과 기회가 상존한다"며 "위험은 시세 하락이나 ICO 사기 등이고, 기회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혁신으로 투기나 사기를 막기 위해 규제하는 부분은 동의하지만 기술은 과감히 육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암호화폐가 있어야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생태계가 돌아갈 수 있다"며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도입돼 고객에게 혜택을 주고 금융을 발전시키는 부분은 정부가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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