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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른채 탈락…'깜깜이' 평가 논란에 행정소송까지 거센 '후폭풍'(종합)
평가미달 학교 "무엇 때문에 떨어졌는지 몰라"…학부모들 "조희연 형사고발·윤은혜 낙선운동"
2019-07-09 17:41:20 2019-07-09 17:41:2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평가는 세부 점수가 드러나지 않아 자사고와 학부모 등의 혼선과 반발을 낳고 있다. 해당 학교는 물론 학부모들이 행정소송에 나서는 등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교육청은 9일 자사고 평가결과 발표에서 탈락 자사고 8곳이 지정 목적인 학교운영 및 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감점이 상대적으로 컸다고 설명했다. 중장기 학교 발전 계획의 수립·실천,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 선행학습 방지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표현도 나왔다.
 
기준의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세부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자사고와 시교육청의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22개 자사고로 이뤄진 '서울 자사고 교장 연합회'는 점수의 높낮이에 따라 조직 내분이 생길 것을 걱정해왔고, 시교육청은 전북 교육청 등이 상산고 점수 배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자사고들도 '깜깜이'인 것은 매한가지다. 지표 중에서 가장 큰 6개 영역의 점수를 보내주고, 각 영역의 우수사항과 보완사항을 서술형으로 통보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32개 평가지표 전체의 점수 현황을 보내진 않았다. 전체 점수를 보려면, 일반고 전환이 완전히 확정되고 나서 시교육청과 함께 일반고전환협의체를 꾸리고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전 평가의 전례를 따라 통보했다"며 "다른 시도 교육청도 전체 지표를 공개하는 교육청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들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탈락한 A학교의 B교장은 "큰 영역의 점수로 보내주니깐 무엇 때문에 떨어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서술형으로 나온 보완사항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A학교의 경우 학교 운영 영역의 배점 30점 중 사회통합 대상자 선발로 인해 8.2점이나 깎인 점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배점이 4점인 선행학습 항목에서도 감점됐는데,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학 시험에 낸 문제 한 개가 선행학습해서 알 수 있는 풀이 방법으로도, 정상 교육과정 진도에서 가르치는 풀이 방법으로도 풀리지만 선행학습으로 지목됐다는 설명이다.
 
B교장은 "몇 년 동안 문제 하나 때문에 감점됐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회통합 대상자도 뽑지 않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대상자 자체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중심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 9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깜깜이' 지표는 자사고 존치 진영과 폐지 진영 모두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 지역 자사고 학교장연합회, 학부모연합회, 동문연합회와 자사고 수호 시민 연합 등으로 구성된 자사고 공동체 연합은 이날 시교육청을 상대로 감사를 청구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평가 기준 설정 및 심의 과정, 평가 위원 선정 기준 등을 공개하지 않아 평가 과정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잃었다는 입장이다.
 
학부모중심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의 이종배 대표도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에 대한 형사고발을 검토하겠다"며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교육청들의 결정을 부동의하지 않으면, 지역구로 가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결은 다르지만 진보 단체도 거세게 항의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와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은 같은 장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자사고 폐지 공약을 조 교육감과 문재인 대통령 공히 지키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이윤경 참교육 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 대표는 "이번 결정으로 특권 교육, 귀족 교육에 면죄부를 주고 우리는 무능한 학부모가 됐다"며 "8개 취소됐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조연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도 "비리가 많이 드러난 하나고를 비롯해 5개 학교 통과로 매우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법령 개정을 통해, 교육청의 재지정 권한을 교육부로 가져와야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보 단체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와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이 9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5곳을 존치한 시교육청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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