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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키보드부터 장난감까지…몸으로 배우는 ‘친환경’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적경제’ 주말 1만여명 방문·체험
2019-06-16 06:00:00 2019-06-17 08:54:03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키보드에 이렇게 많은 금속이 있는지 몰랐어요. 오늘 배웠으니까 앞으로는 키보드를 아껴서 오래 오래 쓸 거에요. 
 
지난 15일 오후 어머니와 덕수궁 돌담길에 나들이 나온 홍라혜(8)양은 태어나서 처음 전동드릴을 잡았다.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를 위탁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에코시티서울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홍양은 미니 전동드릴과 니퍼, 드라이버 등을 활용해 버려진 키보드를 한 단계씩 차례차례 분해했다.
 
어려운 부분은 선생님의 손을 빌리자, 어느새 한 몸통을 이루던 키보드는 전선, 건전지, 실리콘, 기판, 나사, 필름 등으로 나뉘었다. 이어 홍양은 흐믓한 표정으로 분해한 재질별로 이름이 쓰여진 상자에 직접 나눠 담았다. 폐키보드 분해에 대한 기념과 보상으로 해체한 키보드로 만들어진 자석과 캐릭터볼펜이 주어졌다. 
 
뒤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딸의 분해를 지켜본 어머니 나미예(40)씨는 “혼자서는 위험해 공구를 만지지 못하게했는데 선생님들이 도와주시니 혼자서 해낸 모습이 기특하다”며 “직접 분해해 만든 키보드 자석도 기념품으로 받으니 오늘 체험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4~15일 덕수궁 돌담길에서 사회적경제주간 기념행사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적경제(일만사)’를 진행했다. 홍양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에코시티서울의 ‘키득키득’으로, 준비한 폐키보드를 소진해 오후 늦게 방문한 시민들은 키보드 자석만 만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한 전기전자 폐기물 재활용 서명도 300명 넘게 참여했다. 
 
이번 키득키득을 진행한 이다운 에코시티서울 대리는 “전기전자 폐기물이 수작업으로 분해해 재활용이 이뤄진다는 걸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센터로 오는 전기전자 폐기물 양이 늘어나면서 재활용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사회적경제주간을 맞아 열리는 일만사는 올해 친환경 체험 프로그램을 대거 전진배치했다. 전체 사회적경제 영역 중에서도 친환경 관련 활동하는 사회적경제기업 , 마을기업, 자활기업, 생활협동조합이 참여했으며, 대부분 시민들이 눈으로만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그리고 만들면서 친환경의 사회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총 25개의 체험프로그램에선 미세먼지 먹는 미니화분 만들기, 폐현수막 활용 에코백 페인팅 워크숍, 담양 대나무로 천연 비누 만들기, 면 생리대 만들기, 스크린도어 홍보물로 부채 만들기 등이 진행돼 가족·연인 단위로 덕수궁 돌담길을 찾은 시민들이 손쉽게 체험에 참여했다. 그 중에서도 무독성 펜과 무염색 천을 활용한 애착인형, 비닐봉지 대신 사용 가능한 면 주머니, 폐현수막 파우치, 커피 찌꺼기 인형, 에코백 페인팅 등은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사회적기업 금자동이의 폐장난감을 CD 팽이로 업사이클하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금자동이는 대부분의 장난감이 플라스틱, 쇠, 고무, 유리 등으로 이뤄진 복합재질이라 재활용이 쉽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이에 다 쓴 장난감을 버리는 대신 분해한 장난감 조각으로 창의적인 자신만의 장난감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아이들은 글루건 사용법까지 배운 끝에 결과물로 CD 팽이가 탄생하자 하나같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팽이 놀이에 푹 빠졌다.
 
사회적기업 트리플래닛은 반려나무를 입양하면 수익금의 50%를 강원도 산불피해 지역 숲 조성에서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더피고사리, 피쉬본선인장, 테이블야자 등을 저마다 하나씩 구매하며, 간접적으로나마 피해 복구에 동참했다. 양일간 일만사에는 체험프로그램에만 3072명이 참여했으며, 모두 1만512명이 방문해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함께 나눴다.
 
강병호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사회적경제주간 기념행사는 시민들이 사회적경제를 공감·체험하고, 가치있는 소비문화를 확산하는 특별한 자리”라며 “다양한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역량 강화와 사회적경제 가치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주간 기념행사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적경제'에서 지난 15일 오후 어린이들이 버려진 키보드를 분해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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