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꿈의 웸블리' 마친 방탄소년단, 한국 음악사에 갖는 의미는
장소의 역사성· 세계적 상징성 측면서 성취…한국음악 세계화 포문 열어
입력 : 2019-06-03 18:49:18 수정 : 2019-06-04 10:16:1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이 '꿈의 무대'라 불리는 영국 웸블리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2일(현지시간) 이틀간 영국 런던 중심에서 12만 관객의 한국어 노래가 울려 퍼졌다. 시공이 다른 곳곳에도 이 생중계를 보기 위해 14만명이 동시 접속을 했다. 비틀스 나라에서 '21세기 비틀스'가 노래했다. 자신들의 현상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국내 대중음악사 최초로 웸블리에서 단독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BTS)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단독공연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 사진/뉴시스
 
◇세계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무대, '웸블리'
 
웸블리 무대에 선다는 건 세계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1923년 개장한 웸블리스타디움은 1972년부터는 음악공연장으로 사용됐다. 마이클 잭슨이 15차례 이 무대에 섰고 롤링스톤스(12차례), 마돈나(9차례), 엘튼 존(7차례) 순으로 이 무대에 섰다. 
 
지난해 영국 밴드 퀸을 조명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마지막 장면의 배경도 이 무대다. 1985년 세계적인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가 바로 여기에서 펼쳐졌다. 비틀스, 오아시스, 콜드 플레이, 핑크 플로이드, 비지스, U2, 본 조비, 클리프 리처드, 비욘세, 에드 시런 등도 이 무대를 거쳤다.
 
2007년 재개장 전까진 총 12만7000명이 수용 가능했다. 이후 최대 수용 인원이 9만명으로 줄었으나 막대한 규모 덕에 여전히 이 곳은 세계적 스타임을 입증하는 일종의 관문처럼 여겨진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3년 가수 싸이가 '서머타임 볼 2013' 공연 일환으로 이 무대에 올랐다. 당시 싸이는 8만 관객 앞에서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을 부른 바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더 원티드, 로빈 윌리암스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그와 함께 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싸이보다 진일보한 평가를 받는다. 그룹의 단독 공연으로 웸블리에 닿았다. 관객 안전 사고를 고려해 하루 6만석으로 제한했지만 12만 관객이 웸블리가 떠나갈 듯 한국어로 노래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런던 O2아레나나 뉴욕 시티필드 공연도 있었지만 웸블리 공연은 특히나 장소가 갖는 의미나 역사가 더해지는 것 같다"며 "문화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상징성이 있는 이 장소 덕분에 한국 대중음악사에도 길이 남을 만한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웸블리는 해외의 아티스트라 하더라도 아무나 설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며 "방탄소년단의 이번 성과는 세계 팝 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도 결코 만만치 않은, 굉장한 성취로 평가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 단독 공연. 사진/뉴시스
 
◇세상 들썩이는 BTS, 이면엔 세계적인 궁금증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무대 소식은 CNN과 BBC 등 주요 외신을 통해 발빠르게 퍼져나갔다. 1일(현지시간) BBC는 'BTS는 웸블리 공연을 한 최초의 한국 가수'란 타이틀로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방송은 "라이브에이드 무대를 보고 자랐다는 이들이 '에오'로 청중을 이끌며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헌사를 보냈다"며 "웸블리에 섰던 이전 가수들처럼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된 것은 아직 아니지만 '아미'로 불리는 팬층은 굉장히 헌신적이고, 날마다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CNN방송은 2일(현지시간) 홈페이지 인터내셔널 판에 '어떻게 BTS가 미국을 무너뜨렸나'란 톱 기사로 비틀스 열풍에 빗대 다뤘다. 방송은 1960년대를 흔든 비틀스의 팬덤 '비틀마니아'를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에 빗대면서 "슬림한 수트, 바가지머리 등 외모부터 비틀스를 연상시킨다. 1년도 안 돼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3개 앨범을 올리며 '비틀스-몽키스-BTS'로 이어지는 계보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또 서구권에서 볼 때 제 3세계로 보이는 한국의 보이밴드가 한국어로 미국 시장을 뚫었다는 점에선 "비틀스 업적보다 더 큰 성취일 수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방탄소년단을 보는 이러한 해외의 관점이 일종의 궁금증에 기반한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미묘 편집장은 "서구권에서 보기에 특이한 비주얼과 퍼포먼스, 이에 따른 호기심과 궁금증이 결합되면서 미디어 관심까지 더해져 '하이프(hype)' 상태로 올라선 게 아닌가 싶다"며 "최근에는 '아미'라 불리는 팬덤 만이 방탄소년단을 이끄는 형태는 아닌 것 같다. 대중예술계 전반이 첨예하게 관심을 보이는 방향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BTS의 '탈 아이돌' 방법론이 서구권의 호기심을 당겼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3월 'BTS:THE REVIEW'를 펴낸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2014년 BTS가 미국 거장 래퍼들과 만나던 국내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BTS 현상'과 '미국 아미(BTS 팬덤) 결성'의 단초로 본다. 그는 책에서 "당시 음악을 대하는 어설프고 순수한 이 신인 BTS의 모습에 현지 팬들의 관심이 촉발됐다"며 "K팝에 대한 미국의 고정관념을 서서히 바꿔나갔다"고 소개하고 있다.
 
영국 현지 아미들(방탄소년단 팬덤). 사진/뉴시스
 
◇현 BTS 열풍은 '돌풍'…한국음악 세계화 포문 열어
 
미묘 편집장은 방탄소년단에 호기심이 커진 지금을 '하이프 상태'로 명명하며 "K팝이 세계 음악계 주류에 편입됐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지금까지는 팬덤의 힘이 크게 작용해 왔던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다.
 
그는 "충성도 높은 팬덤이 있기 때문에 (세계 팝 음악 시장) 주류에 편입했다고 확언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다만 이것이 지속해서 성공적으로 가게 되면 그때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 "이번 웸블리에서도 6만명이 왔다는 것이 팬들 만으로 동원했다는 얘기는 아니지 않나"며 "현재 BTS는 '세상을 들썩이게 만드는 아티스트'는 어떤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영미권에서 봤을 때 굉장히 혁신적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꿈의 무대' 웸블리를 이룬 방탄소년단 이후의 한국 음악계. 이에 대한 전망은 한편으론 밝다.
 
김윤하 평론가는 "너무 축소해서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고 K팝 성지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피하고 싶다"며 "다만 BTS가 대중음악 (세계화의) 포문을 열어준 아티스트가 된 것은 너무나 이견의 여지가 없는 사실 같다"고 말했다.
 
그는 "희망이고 상상의 영역이었던 국내 대중음악계에 실제로 그런(웸블리 무대를 갖은) 아티스트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굉장히 큰 차이라 생각한다"며 "향후 한국대중음악 뿌리를 단단하게 하고, 또 다양성을 확장시켜나가는 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도 분석했다.
 
미묘 편집장은 "영미권이 아닌 제3국가 아티스트가 자국어로 노래하며 이 만큼의 돌풍을 일으킨 사례는 없었다"며 "스페인이나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간헐적으로 있긴 했지만 그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이 현상 자체는 K팝을 거의 감상하지 않던 영미권 리스너들이 다른 K팝 아티스트를 발굴할 욕망을 갖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최근 밀레니얼 세대는 비주류가 승리하는 데서 짜릿함을 느끼고, 방탄소년단에게도 그런 요소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며 "K팝의 성과로 보기보단 BTS의 성과가 크다고 본다. BTS 현상이 차후 한국의 다른 K팝가수나 비주류 음악으로 이어지는 등 부수적인 영향들을 낳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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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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