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낙찰이 안전사고 부른다)③"공사비 오용은 제도로 막자"
공사비 인상요구에 폭리 의심…업계 "공공공사 대부분 적자"
입력 : 2019-06-03 18:01:32 수정 : 2019-06-03 18:01:32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건설 현장의 안전 사고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의 핵심은 결국 비용으로 귀결된다. 사고를 막으려면 그만큼의 지출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건은 비용을 안전 분야에 쓰느냐 여부다. 공사비를 늘리더라도 하도급업체로 순환되지 않으면 현장의 사고는 되풀이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업계도 이 같은 지적에 수긍하면서 적정공사비가 실질적으로 안전 문제를 예방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시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사회에서는 건설사가 공사비 증대를 요구하기 전에 사고 예방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사대금은 충분한데 다단계 하도급 등을 통해 낙찰 가격을 낮추며 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낙찰률을 높여달라는 주장은 건설사의 이득만 취하기 위한 요구라고 비판한다. 경실련은 관련 근거로 종합건설업체의 숫자가 크게 감소하지 않고, 공공공사에도 건설사들이 높은 투찰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공공공사가 적자를 보는 사업이라면서 수주하기 위해 뛰어드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 같은 설명에는 오류가 있다고 반박한다. 대형 건설사도 공공공사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40위권에 드는 건설업체 14곳 중 11곳은 공공공사에서 이익이 나지 않았다. 적자를 봤다는 의미다. 협회 관계자는 공공공사 투찰률이 높은 점에 관해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는 건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똑같다”라며 “고용한 직원 월급을 주려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수주는 계속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업계가 강조하는 건 적정공사비다. 발주처가 원도급업체에 지급하는 공사 대금을 늘리면 하도급업체에도 적정공사비를 지급해 안전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발주처와 원도급업체 사이의 저가 낙찰 관행이 하도급업체 선정에서도 반복된다. 너무 저렴하게 입찰가를 써내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기 때문에 원청업체는 적정 범위 내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하청업체를 골라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얼마나 저렴한지를 먼저 보는 건 건설업계에서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하청업체 선정 시 최저가 입찰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언급했다.
 
원청은 처음부터 제대로된 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도급업체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도급업체도 수익성이 좋지 않은데 하청업체의 안전 투자를 고려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는 발주처의 공사대금 증가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지만 시민단체의 지적에 일견 공감하기도 한다. 공사비 증가분이 원도급자뿐 아니라 하도급자에게 돌아가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감시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증대와 더불어 하도급 업체도 그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제도적 마련이 뒤따르면 업계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안전관리비의 산정 요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공사비용은 건설자재, 인부 인건비 등 공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직접비와 현장사무소 유지비, 전기·통신비 등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간접비로 구성된다. 이때 직접비를 기준으로 산정 요율에 맞춰 간접비를 계산한다. 안전관리비는 간접비에 해당한다. 직접비를 높이지 않더라도 안전관리비 산정 요율을 높이면 안전에 관한 비용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안전관리비 산정 요율을 높여 안전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을 늘리면 사고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인 적정공사비 지급과 더불어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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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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