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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낙찰이 안전사고 부른다)②안전문제 취약한 생계형 공사…저가 낙찰이 조장했나
안전사고 생기면 수주 패널티 받지만…"문 닫는 상황 되면 안전은 사치"
2019-06-03 18:01:19 2019-06-03 18:01:19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사고 없는 업종은 없지만 건설업은 유독 심하다. 사고 위험이 크고 인명피해 숫자도 많다. 안전사고 규모로 따지면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원인에 대한 업계의 공통된 지적은 낮은 공사비다. 공공공사를 수주할 때 발주처가 제시하는 예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게 만드는 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예정가격은 발주처가 도급을 줄 때 선정 기준으로 삼기 위한 가격을 말한다. 낮은 낙찰가는 안전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안전은 사고 예방을 위한 비용 투자를 토대로 보장할 수 있는데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에 힘을 쏟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낙찰률을 올려 적정공사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의 한 공사현장에서 건설중장비가 전복돼 관계자들이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건설현장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걸쳐있는 곳이다. 3일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건설업에서 하루 평균 71명이 재해를 입었다. 사고의 심각성도 크다. 임시로 공중에 설치한 작업 발판이 추락하면 최소 1명이 사망하고, 가설 구조물 붕괴 시에는 3~4명 이상 사상한다. 지난해 3월 발생한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공사현장 추락사고도 가설물 붕괴가 원인이었다. 당시 노동자 3명은 55층 높이로 설치된 가설 작업대에서 건물 외벽 유리를 설치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지상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1명도 이에 맞아 숨졌다. 현장 곳곳이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업계는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으로 저가 낙찰 문제를 꼽는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발주처의 예정가격보다 훨씬 낮은 값에 수주하게 돼 안전 분야에 투자할 비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공공공사에서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도 이런 지적을 의식해 건설 현장의 안전 분야 예산인 안전관리비를 낙찰률(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에 적용받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안전관리비가 낙찰률에 영향을 받아 낙찰 가격이 낮아지면 안전관리비도 줄어들었다. 이를 개선해 예정가격에 맞춰 안전관리비를 산정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안전관리비는 산정 요율에 따라 공사금액의 일정 비율로 책정된다.
 
그러나 업계는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에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안전관리비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를 막을 정도의 추가 투자를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 관리는 사고 예방을 위해 가상의 위험을 제거하는 일”이라며 “가능한 모든 위험 요인을 미리 없애려면 그만큼의 비용과 투자가 필요한데 이는 안전관리비뿐 아니라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도 안전 문제를 중요하게 여긴다. 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나중에 다른 사업을 수주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가 낙찰을 유도하는 구조에서는 안전에 비용을 더 쏟기가 어렵다는 게 현실에서 우러나온 얘기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적용하는 종합심사낙찰제도는 낙찰률이 77.7%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치는 종심제 도입 이전에 널리 쓰이던 최저가낙찰제 수준인 70% 중반대와 비슷하다. 300억원 이하의 공사에 적용하는 적격심사제(입찰 응모 업체의 재무구조, 재무상태 등을 심사 시 평가)에서도 낙찰률이 80~87% 수준이다. 
 
 
반면 외국에선 낙찰률이 90%를 넘는다. 지난 2015년 기준 일본 공공공사의 평균낙찰률은 국토교통성 발주 시 91.8%,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면 92.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연방도로청 발주 공사의 낙찰률이 93~107.5%로 추정된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적격심사제는 최저가 입찰자부터 1차 선정한 후에 다음 심사를 진행한다”라며 “사실상 저가 경쟁으로 치달아 낙찰 하한선에 겨우 맞춰 공사를 수주하게 된다”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공공공사 공사비 책정은 더욱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공사비가 예전보다 내려간 상태에서 저가 낙찰이 이어지면서 업계는 안전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낙찰 가격도 깎으면 건설사는 수익성 확보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라며 “회사가 문을 닫게 되는 상황에서 안전은 어쩔 수 없이 사치가 된다”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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