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프루스트처럼 사색하다…'스트롱맨' 노엘 갤러거
'가지 않은 길' 선택 "나는 나를 믿는다" 내한 기념 인터뷰①
입력 : 2019-05-20 18:57:06 수정 : 2019-05-20 20:10:4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일 서울 삼성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노엘 갤러거(52). 스스로를 '스트롱 맨(Strong man)'이라고 생각하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예스(Yes)"라고 답할 무렵이었다. 가늘게 들어오는 햇살 덕에 진갈색 안경에 감춰 있던 눈동자가 반짝였다. 
 
시간이 느닷없이 10년 전으로 타임슬립했다.
 
"오아시스 떠날 때를 돌이켜 보면 두렵지 않았다. 분명 지금까지 쌓아온 내 커리어가 허공으로 날라갈 뻔한 순간이었다. 내 사인, 내 레코드, 모든 게 없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난 나를 믿었다.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믿음, 자신에 대한 믿음…. 그것이 전부였다. 가지 않은 길을 가게 하는 동력, 원천. 갑자기 그가 마르셀 프루스트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나 역시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다. '슈퍼 휴먼'이 아니지 않나. 혼자 온전히 삶을 헤치고 가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난 강하다고 생각한다. 내 곁에 있어준 와이프와 가족들, 그들의 도움도 중요했다. 그들 없이는 강해질 수 없었다."
 
노엘 갤러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밴드 '하이 플라잉 버즈'는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그 길에서 그는 보편적 진실을 산책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곡을 쓰고 노래했다. 기쁨과 고통, 사랑, 실연, 진실…. 2017년 정규 3집 '후 빌트 더 문?(Who Built The Moon?)'부터는 자연, 날씨, 우주까지 삶의 담론을 확장한다. 평소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다던 꿈의 반영일까. 
 
"내 개인사보다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다. 다만 평소 '언어(Words)'라는 것을 깊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단어가 떠오를 때 아이패드에 끄적 거리는 정도고, 곡이 완성된 후 그 정의나 의미를 생각하진 않는다. 가장 최근 낸 싱글 '블랙 스타 댄싱'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첫 '하이플라잉버즈' 솔로 콘서트 이후 그는 한국을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주로 앨범을 발매 할 때마다 찾곤 했는데, 올해는 1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전날 단독 공연에선 "한국에서만 불러 보겠다"며 오아시스 시절의 곡 '리브 포에버(Live Forever)'를 어쿠스틱 기타와 생목 만으로 불렀다. 4300여 관객이 천둥처럼 요동쳤다.
 
"라이브로 잘 부르지 못해서 안하는 곡인데, 지난해도 그렇고 한국 팬들이 즉석에서 불러달라고 요청해 부르게 됐다. 그런데 반응이 좋아서 오늘도 할지 모르겠다. 일본 팬들이 항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무튼 한국 팬들은 노래를 굉장히 사랑한다. 굉장한 감정적 깊이가 있다. 또 항상 미쳐 있다. 그래서 한국은 항상 오고 싶다."
 
질문 때마다 기승전 한국 팬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태극기는 집에 많다. 스튜디오에도 있다. 애들 침실에도 있다. 어쩌다 보니 생일 때마다 오게 되는데 오해말라.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그때마다 선물도 주고, 축하 노래도 불러줘서 고맙다. 아마 다른 나라였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오아시스가 가장 잘 나갔을 때, 그때 좀더 일찍 왔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노란 숲 속 두 갈래 길이 있다. 간 길과 가지 않은 길. 오아시스와 하이플라잉버즈. 택하지 못한 길을 그는 아쉬워할까. 라디오헤드와 90년대 브릿팝을 이끌던 부흥기, 비틀스 재림의 시기. 희망고문은 이제 없다. 대답은 단호했다. "없다."
 
노엘 갤러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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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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