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밴드 더엑스엑스 "차고에서 시작한 ‘뺄셈 음악’, 이제야 분명해졌다"
2009년 데뷔 앨범 '엑스엑스' 머큐리상 수상
내달 13일 올림픽공원서 첫 내한 단독 공연
입력 : 2018-01-26 10:56:20 수정 : 2018-02-20 11:35:37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영국 3인조 록 밴드 더엑스엑스(The XX)는 ‘소리의 미니멀리즘’을 구현하는 그룹이다. 최소 용도로 사용되는 기타, 베이스, 샘플링, 그리고 남녀 보컬음이 이들 음악의 전부다. 매력적인 소리를 하나라도 추가하기 위해 애쓰는 최근 음악계 경향에 비추면 어쩐지 소박하고, 단촐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밴드는 소리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데서 그들 고유의 ‘정체성’을 획득했다. 심플한 한 음, 한 음이 사랑과 공존 등 내면적 성찰로 빚어진 가사를 명료하고, 진솔하게 전달한다. 그런 이들의 고요한 이야기에 귀 기울인 것은 ‘의미 없는 소리’의 과잉과 나열에 지쳐 있던 대중과 평단이었다.
 
영국 밴드 더 엑스엑스의 세 멤버 제이미 스미스(왼쪽) 로미 메들리 크로프트, 올리버 심.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2009년 데뷔 앨범 ‘엑스엑스’(xx)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최고 음반 권위상인 머큐리상을 수상했고 NME,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의 주목을 단번에 이끌어 냈다. 이후 발매된 정규 2집 ‘코이그지스트’(Coexist·2012)와 3집 ‘아이 씨 유’(I See you·2017)는 미국의 빌보드 차트 상위권까지 오르면서 그들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팀 내에서 베이스와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올리버 심.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최근 월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그들은 내달 13일 서울에서 단독 공연을 갖는다. 앞서 팀 내에서 베이스이자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올리버 심을 지난 25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나봤다. 그는 “차고 같은 곳을 스튜디오로 삼고 음악을 시작했던 데뷔 직전에 비하면 이제야 비로소 음악적 목표가 분명해졌고, 이제야 밴드의 미래가 구체화 되는 것 같다”며 앨범과 공연, 음악 활동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세 멤버가 본격적으로 합을 맞추기 시작한 것은 십대 시절부터였다. 2005년 당시 16살이었던 로미 메들리 크로프트(보컬·기타)와 올리버 심(베이스·보컬)이 함께 스쿨밴드를 시작했고, 데뷔 전 제이미 스미스(DJ)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멤버 형태가 완성됐다. 차고 같은 스튜디오에서 셀프 프로듀싱을 했던 그들에게 당시의 음악은 진지한 ‘취미’ 정도였다. 올리버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시작할 때 굉장히 야망이 없는 상태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사실 처음 밴드를 결성하고 차고에서 녹음할 때, 우리는 누구에게도 음악을 들려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점점 목표가 생기고 의욕이 생긴 것 같다. 밴드의 미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큰 계획도 세우게 됐다. 앞으로 조금 더 다양하고 넓은 장소에 찾아갈 수 있는 밴드로 성장하고 싶다.”
 
팀 내에서 기타와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로미 메들리 크로프트.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세 멤버의 계획대로 차고에서 시작된 그들의 ‘뺄셈 음악’은 지난해부터 한층 더 분명한 색채를 뿜어내고 있다. 1집과 2집에 이어 지난해 발매된 3집은 미니멀리즘적 정서를 유지하되, 조금 더 댄서블한 팝적 요소가 가미돼 한층 더 대중화됐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우리 세 멤버는 팀으로 움직이지만, 제 각기 다른 성격과 방향을 지닌 개개인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제 생각에 기존 앨범보다 조금 더 다채롭고, 더 밝고, 더 풍성하다. 사실 첫 데모 작업을 할 때는 지금보다도 더 신나고 밝은 느낌이었다. 댄서블한 제이미의 솔로 작업 ‘In Colour’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반대로 제이미는 엑스엑스 분위기는 조용한 느낌이 나길 원했다. 이번 앨범은 어떻게 보면 타협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중간에서 만난 것.”
 
팀 내에서 드럼비트, 샘플링 등의 효과 담당하고 있는 DJ 제이미 스미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가사는 2집과 마찬가지로 관찰과 사색으로부터 비롯됐다. 전작에서 물, 기름을 섞은 액체에 빛을 반사시켜 얻은 색감에 영감을 얻어 ‘공존(코이그지스트)’을 노래했다면, 이번에는 미국과 아이슬란드 등 전 세계를 탐험하며 ‘흥미로운 것들’을 뽑아냈다.
 
“여행은 굉장히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늘 같은 곳에만 있으면 변화가 없기 마련이다.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은 좋지만, 흥미로운 일들은 생기지 않는다. 우리가 간 미국 텍사스 마파는 굉장히 특별한 곳이었다. 텍사스 오지에 있는데, 이유는 모르지만 늘 아티스트들이 모여있다. 그곳에 있는 아티스트용 숙박시설에 지내며 탐험을 했다. 인구 규모가 적지만 굉장한 음악들이 많이 탄생한 아이슬란드도 좋았다.”
 
세 앨범 중에 그들의 정체성을 잘 대변하는 곡을 묻는 질문에 올리버는 “하나만 꼽기 어렵다”면서 1집의 ‘Intro’와 2집의 ‘Angels’, 3집의 ‘On Hold’ 세 곡을 지목했다. “Intro는 많은 이들에게 우리를 알린 곡이고, Angels는 여백이 조금 더 많지만 우리의 진실성이 잘 묻어나는 곡이다. On Hold는 우리 세 명의 개성을 모두 뚜렷이 살린 에너지 넘치는 곡이다.”
 
다음달 13일 진행되는 내한 단독 공연 포스터.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그들에게 한국은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안산 밸리록’에서는 무대 전체를 가로 지르는 거대한 ‘X’ 광선을 뿜어내며 처음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렸고,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에서는 국내 팬들과 마주보고 호흡하는 소규모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우리는 팬들이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완전하고 신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그렇기에 특히 무대의 조명이나 영상 등 비주얼적인 면에 큰 신경을 쓰게 된다. 이번 서울 단독공연에서는 우리들만의 ‘풀 쇼’를 할 예정이라 흥분되고 기대된다. (앨범명과 동일한) 공연 타이틀 ‘I See You’는 우리가 팬들 때문에 음악을 하고, 그들을 위해 공연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지었다.”
 
올리버는 "한국 팬들은 아름답고 열정 넘치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을 향해 음악처럼 차분하고 담담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한국! 지난해 서울공연은 작은 규모였지만, 친밀한 느낌이 기억에 좋게 남아있어요. 1년 만에 다시 공연을 할 수 있게 돼서 무척 흥분됩니다. 네, 그래요. 빨리 만나고 싶어요!(So Yeah, I can’t wait!)”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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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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