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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나의 특별한 형제’ 이광수, 의외로 진지한 이 남자
예능 이미지 강한 배우 선입견…“나도 충분히 알고 있다”
“‘발달장애인’ 연기 희화화 우려, 스스로 선 지키며 연기”
2019-05-02 00:00:00 2019-05-0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사실 많이 억울할 듯싶었다. 190cm가 넘는 큰 키 덕분에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이듬해부터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서 연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분명히 배우이지만 요즘 10대들은 그를 개그맨으로 오해를 한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며 넉살 좋은 웃음을 터트린다. 워낙 유머스런 연기에 발군의 감각을 소유한 그는 출연하는 영화마다 신스틸러를 따먹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물론 10년째 롱런 중인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탓에 이름값을 올리며 아시아의 프린스란 타이틀도 거머쥐었지만 그는 사실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란 점을 대중은 잘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른다기 보단 그의 행보가 예능에 치우친 탓에 그를 아끼는 팬들의 안타까움은 더한다. 물론 이광수는 당연하게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단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무엇인지, 지금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그것에 집중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역시 본인의 예능적인 감각을 깨트린 좋은 작품이지만 그것에 집중한 것이라기 보단 연기와 작품 자체의 메시지에 더 본인의 마음이 끌렸단다. 배우로서의 감각과 열정과 뜨거움은 충무로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배우 이광수. 사진/NEW
 
인터뷰 당일 이광수와 만나기로 한 삼청동 한 카페 인근에는 공교롭게도 동남아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늦은 점심을 먹고 약속 장소인 카페로 들어오던 이광수를 본 동남아 관광객들은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멋쩍은 웃음과 쑥스러움을 타는 모습이었지만 능숙하게 관광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인터뷰 장소인 카페로 들어오는 이광수였다.
 
올해로 10년 째 런닝맨을 하고 있어요. 저한테 정말 많은 것을 안겨 준 프로그램이죠. 고맙죠. ‘런닝맨이 동남아시아에서 정말 인기가 좋아요. 그래서 저도 참 많이 좋아해주시고 너무 감사해요. ‘아시아의 프린스는 진짜 너무 부끄러워요(웃음). 진짜 제 입으로 단 한 번도 그 단어를 말해 본 적이 없어요. 그 수식어 자체가 너무 민망하고 죽겠어요. 제발 그 단어는 이제 그만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어휴(웃음)>”
 
런닝맨때문에 아직도 자신을 개그맨으로 알고 있는 어린 10대 팬들이 많단다. 뭐 익숙하면서도 억울한 기분은 전혀 없다고. 영화나 드라마 출연이 있을 때는 본인 스스로 배우가 되고 연기자가 되지만 런닝맨녹화가 있는 월요일은 이제 익숙한 날이 됐고, 출근하는 것처럼 익숙하게 현장으로 나가면 그만이란다. ‘나의 특별한 형제역시 런닝맨의 출근 속에서 만난 소중한 작품이라고.
 
배우 이광수. 사진/NEW
 
회사 쪽으로 들어왔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너무 좋은 거에요.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따뜻하게 표현됐고, 편견 없이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 선택 전에 신하균 형님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었어요. 촬영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이솜 배우랑도 너무 친해져서 기분 좋았죠. 너무 즐거운 현장이었어요.”
 
이광수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의외로 연기력이 집중되는 장르가 많았다. 단순하게 코미디 장르가 많았을 것이라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느와르와 액션 그리고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스토리 장르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이광수 자체가 연기력에서 의문 부호를 갖게 하는 배우는 아니란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능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이번 영화 속 그의 배역은 발달 장애인이다. 그의 이미지와 결합되면 자칫 희화화될 가능성이 너무 많았다.
 
정말 가장 고민을 했던 지점이에요. 감독님도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우려를 하신 것 같아요. 제가 런닝맨을 통해 보여 드린 모습이 웃긴 이미지라 선입견이 당연히 있을 것이고. 또한 배역 자체가 발달 장애인이라서 조금만 오버를 하면 희화화될 가능성이 너무 많았죠. 의도적으로 수위를 많이 조절했어요. 더 나갈 수 있는 지점도 많았지만 제가 선을 많이 그었어요. 촬영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턴 저도 자신감이 생겨서 오히려 내가 하면 더 좋게 봐주실 부분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죠.”
 
배우 이광수. 사진/NEW
 
이런 우려가 있었음에도 제작진에서 이광수를 택한 이유도 궁금했다. 사실 이광수도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읽고 그 지점에 의문이 들었다고. ‘왜 나한테 왔을까라고 궁금해 했단다. 물론 촬영이 끝나고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도 제작사나 감독님 누구에게도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묻지 않았단다. 그게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자신이 그리 큰 스타도 아니란 점에 함부로 물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고.
 
하하하, 그걸 제가 묻기도 너무 그렇잖아요. ‘도대체 왜 절 선택하셨어요?’라고 묻는 게 너무 버릇 없어 보인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써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누구도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신 분은 없어요. 그저 감독님이 첫미팅에서 눈이 너무 좋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의 예능적 이미지가 동구의 순수한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촬영 전에 들었던 기억도 있어요.”
 
스크린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배우 가운데 이광수만큼 예능에 적극적인 배우도 없다. 이런 점은 배우란 직업으로선 장점과 단점을 모두 만들어 낸다. 이광수 본인도 그런 지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이광수는 생각을 정리했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지만 그리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배우 이광수. 사진/NEW
 
“‘예능적인 이미지 깨고 싶다란 생각을 예전에는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 작품을 골라서 출연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죠. 하지만 내가 그걸 깨고 싶다고 해서 깰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이제는 알게 됐어요. 예능적인 부분과 TV드라마 그리고 영화에서 각각 이광수를 다르게 봐달라는 건 제 욕심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도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작품을 먼저 생각했어요. 그게 우선이라면 차선인 저의 이미지 선입견은 자연스럽게 깨질 것이라고 봤죠. 앞으로도 그걸 일부러 깨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최근 배우 이선빈과 공개 열애로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를 좋아하는 팬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연인에 대한 질문에는 여느 연예인처럼 부끄러워하면서 손사래를 칠 법도 하지만 솔직하게 말을 이어갔다. 처음부터 공개 연애를 선언했고, 지금도 행복하고 즐겁게 잘 만나고 있단다. 여느 연인처럼 데이트도 충분히 잘 즐기고 있다고.
 
배우 이광수. 사진/NEW
 
저흰 똑같아요. 직업이 연예인일 뿐이지. 처음 공개 연애를 선언했을 때 부담도 당연히 있었죠. 하지만 거짓말 하기 싫었어요. 공개 연애 하고 나선 좀 더 편하게 밖에서 잘 만나요. 공개 연애를 하면서 부담을 느끼기 보단 더 얻는 게 많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상대방도 같은 생각이었고 흔쾌히 동의를 해줬죠. 주변에서 결혼 얘기도 심심치 않게 여쭤 보시는 데(웃음). 아직은 제가 결혼을 생각하기엔 어른이 덜 된 것 같아요. 아직은 해보고 싶은 연기가 너무 많아요. 그 친구(이선빈)도 마찬가지고. 좋은 작품으로 다시 인사 드려야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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