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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통할까… 시험대 오른 재계 3·4세 총수들
시스템반도체·수소차 등 미래 먹거리 제시…과감한 사업재편 등 눈길
2019-05-02 00:00:00 2019-05-02 00:00:00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직접 회사를 키워온 창업주, 2세들과 달리 3~4세 총수들은 오너이자 경영자로서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이들은 외부 인사 등용, 격의 없는 소통 행보, 과감한 의사결정에 따른 사업 재편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업 환경에 짊어진 무게가 적지 않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경영 실적 개선과 미래 먹거리 안착 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1일 정부가 인정한 '삼성 총수'로 만 1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간 집행유예 상태에서도 경영 보폭을 넓히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해 왔다. 삼성의 최대 실적 공신인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은 이미 정점을 찍었고, 또다른 실적 축인 스마트폰 시장은 나날이 포화되면서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던 탓이다.
 
그 해답으로 이 부회장은 최근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통큰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8월 5G와 인공지능, 바이오, 전장을 4대 미래 사업으로 정하고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은 두번째 결단이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이제 시작인데다 야심차게 출시한 갤럭시 폴드는 디스플레이 결함 문제로 다시금 위기에 봉착했다. 이달 중 예상되는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도 삼성 미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횡령·뇌물공여 혐의로 2017년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검찰이 수사 중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직결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도 그룹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1월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환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반도체 업황보다 일찍이 부진했던 완성차 시장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이후 올 1분기 'V(브이)자 반등'의 시동을 걸었다. 팰리세이드 등 SUV(다목적스포츠차량) 판매 증가와 G90 등 신차 효과가 합쳐진 결과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지난 2017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가능성이 안보이는 것은 과감하게 털고 순혈주의를 깨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말 부진한 중국 사업 부문에 대한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후 올해 현대차 중국 진출의 상징과 같은 베이징 1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또 최근 닛산 최고성과책임자(CPO) 출신인 호세 무뇨스를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중책인 연구개발·디자인·판매 세 부문의 사장을 모두 외국인으로 앉혔다. 동시에 정 부회장은 근무복장을 완전 자율로 변경했으며 직급 체계 단순화 등도 추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신 성장 동력은 친환경 '수소차'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현재 전체 3%에서 2025년 16%로 늘리고, 이 중 수소차는 지난해 3000대에서 2030년 50만대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정 부회장은 이와 함께 자동차산업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선택과 집중'의 경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대응하려면 과감한 실용주의 노선으로 그룹 계열사들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전략에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4일 LG전자는 만년 적자였던 국내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고 생산 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겨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앞서 폐수처리 사업과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는 매각키로 결정했다. LG화학도 지난달 초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자동차와 IT, 산업소재 등을 한데 모아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 효율화를 시도했다. LG디스플레이도 올레드 조명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구 회장이 미래를 위해 주목하는 것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미국에 세운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 바이오, 소재 등에 강점을 가진 스타트업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계열사에 옮겨심기 위해서다. 계열사들도 자체 스타트업 발굴에 힘쓰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지난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배터리 업계 최초로 스타트업 대상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LG화학은 수상한 스타트업과 공동 연구를 하고 최대 200만달러의 지분 투자도 할 계획이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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