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진화하는 블록체인 자금조달)①IEO·STO로 출구 찾는 블록체인…ICO 시대 저무나
정부, ICO 전면 금지 고수…대안책으로 IEO·STO 등 주목
글로벌 거래소 중심 자금조달책 다변화…규제특구에 기대감↑
2019-04-19 06:00:00 2019-04-19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17억달러'.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지난해 조달한 ICO(암호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 규모다. 현재 블록체인 플랫폼 'TON(Telegram Open Network)'과 자체 암호화폐 '그램(Gram)'을 개발하고 있는 텔레그램은 일정 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세일만으로 한화 2조원 상당의 금액을 모았다.
 
역대급 규모의 ICO가 진행되면서 당시 시장에서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책으로 ICO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 달리 텔레그램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퍼블릭 ICO를 취소했다. 미국증권거래소(SEC)·선물거래소(CFT) 등의 규제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진/픽사베이
 
ICO, 정부규제·시장침체에 축소…1년 새 조달금 86% 감소 
 
블록체인·암호화폐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방안으로 꼽히던 '암호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가 감독 당국의 규제 선상에 오르면서 자금 조달방식이 다변화되고 있다. 기존 백서만으로 이뤄졌던 ICO 투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부 규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거래소나 증권·프로젝트 기여도 등을 활용한 거래소공개(IEO·Initial Exchange Offering), 증권형 토큰 공개(STO·Security Token Offering) 등의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2017년 9월 정부가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재까지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고, ICO 역시 공개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 비트코인 가격이 300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ICO 시장 역시 얼어붙었다.
 
표/ICO벤치
실제 올해 초 정부가 공개한 'ICO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작년말까지 국내 기업들이 진행한 ICO 규모는 5664억원으로, 암호화폐 거래가격은 최초 거래일보다 평균 68%(작년 말 기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또한 축소됐다. 최근 ICO 전문 평가업체 ICO벤치(ICObench)가 발표한 '2019년 1분기 ICO마켓 리포트(ICO Market Quarterly Report for Q1 2019)'를 보면 올해 3월까지 IC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9억206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분기 65억 1185만달러 대비 86% 감소한 수치다. 또한 올해 1분기 총 328개의 ICO가 완료됐지만 이 가운데 107개 프로젝트만 자금을 모금했다.
 
거래소가 유망 프로젝트 발굴…바인낸스·BCEX 등 IEO플랫폼 마련
 
블록체인 업계의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으로 떠오른 것은 IEO다. 거래소공개를 뜻하는 IEO는 거래소 자체가 하나의 투자 모금 창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시장의 IPO(기업 공개)가 상장 직전 주식을 공개 판매하면서 필요 자금을 모으는 형태라면 IEO는 상장 직전 토큰을 공개 세일로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토큰을 발행하면 해당 토큰을 제휴된 거래소로 보내 직상장한 후 투자자에게 판매하거나 배포하게 되는 식이다. 이 경우 기존 백서를 통해 투자금을 모집했던 ICO와 달리 일종의 시제품(MVP, Minimum Visible Product)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거래소가 중개자 역할을 하게 되면서 기존 ICO에서 우려하던 스캠(사기)의 위험성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소가 블록체인 크라우드펀딩 형식의 플랫폼을 열어줌으로써 비교적 검증된, 안전한 투자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또 외국에서 진행되는 ICO와 달리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도 있다.
 
거래소 또한 투자자가 IEO에 참여하기 위해 거래소 계좌를 생성하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자를 유입할 수 있는 창구가 되는 기회를 얻는다. 이 때문에 최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IEO를 유망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이낸스의 IEO 플랫폼인 런치패드(Binance Launchpad)다. 앞서 바이낸스는 2019년부터 최소 월 1회씩 런치패드에서 IEO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비트토렌트 토큰(BTT)과 펫치(Fetch) AI IEO를 실시했다. BCEX 글로벌과 게이트아이오 역시 IEO플랫폼을 내놨으며, 우수한 코인을 발굴해 IEO 프로젝트에 참여시킬 방침이다.
 
후오비 글로벌(Huobi Global)의 경우 IEO와 유사한 형식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중개 플랫폼인 '후오비 프라임'을 출시했으며 후오비 코리아 자체적으로도 '후오비 코리아 프라임'을 론칭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프로젝트를 발굴·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 국내에서는 한빗코, 코인제스트 등도 유망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발굴해 상장시키는 IEO를 진행하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규제자유특구 지방자치단체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TO, 자본시장법 적용 '쟁점'…부산, 특구 결정시 제한적 ICO 허용 여부 '주목'
 
증권형토큰발행(STO)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STO는 주식이나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 등 기업의 특정 자산을 기반으로 증권 형태의 토큰을 발행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자금을 모금한다. 즉, 토큰 발행사의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는 것이다.
 
이는 주식과 비슷한 개념으로, 국내법상 증권으로 분류될지 여부가 쟁점이다. 현행 법상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에 대한 법이 없는 탓에 STO를 자본시장법에 적용할 수 있을지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증권형토큰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하고 증권법 규제에 따르도록 하는 추세이며, 홍콩은 STO를 '증권'에 부합하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올해 7월부터 증권법을 적용해 규제하기로 했다. 제도권으로 포함되는 셈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미국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인 시리즈원과 손잡고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대체거래소(ATS) 라이선스를 취득해 미국에 STO 거래소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시장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는 최근 증권형 토큰 시장 규모가 2030년 2240조원(누적발행기준)으로 연평균 59%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기관 자금 유입과 규제확립 등이 이뤄지면서 증권형 토큰 생태계도 성숙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블록체인 프로젝트사별로 IAO(Initial Auction Offering), TGE(Token Generation Event), IFO(Initial Free coin Offering) 등 다양한 조달방식도 추진되고 있다.
 
다만 ICO가 다시 떠오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가 올해 7월 규제샌드박스를 골자로 한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부산을 블록체인 특구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부산시는 ICO를 제한적으로 열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ICO를 허용 중인)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